[사설] 물가 치솟고 성장 후퇴, 스태그플레이션 덮친다

입력 2022-04-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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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치솟고 경제성장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연구기관과 국제기구들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정부도 올해 목표성장률인 3.1%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종전 2.8%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세계 경제 둔화, 국내 민간소비 위축과 수출증가세 둔화 등을 반영한 것이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종전의 1.6%에서 3.9%로 대폭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예고했다. IMF는 19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 내놓는 수정 전망으로, 143개국의 성장률이 종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IMF는 지난 1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3.0%로 제시했고 보면 2%대로 추락할 공산이 크다. 글로벌 성장세 둔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정부도 비관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올해 성장률이 목표치에 이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저조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8일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8%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 냉각에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상하이와 선전 등 대도시 봉쇄로 경제 충격이 커진 탓이다. 그 여파로 올해 성장률은 목표 수준인 5.5%에 크게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서만 1월 3.6%, 2월 3.7% 올랐고, 3월에는 4.1%나 상승했다. 물가는 더 뛸 소지가 크다. 아직 공급부문에서 정책적으로 억눌렀던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의 물가압력이 소비자물가에 적게 반영됐고,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등 통화 긴축,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수입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 올해 물가상승률을 2.2%로 잡았지만, 앞으로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성장이 뒷걸음치고 물가가 계속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상황이다. 경기 후퇴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추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경제 악순환의 우려 또한 갈수록 커진다. 경기와 물가 대응이 어려워지고, 곧 출범할 새 정부의 짐이 어느 때보다 무겁다. IMF도 최근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경고하면서 과감한 정책 대응을 권고했다. 물가를 잡고 경기를 방어하기 위한 단기 대책,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중장기 전략이 시급하다. 경제와 산업구조 개편, 규제의 혁파, 노동시장 개혁 등을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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