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스리랑카, 악화일로...의료체계는 마비·주식 거래 일시 중단

입력 2022-04-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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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IMF와 구제금융 관련 협상 시작
증권거래소는 닷새간 거래 중단
의약품 부족으로 사망자 속출
“코로나 사망자 1만6000명보다 더 많을 듯”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12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주유소에서 등유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콜롬보/AP뉴시스
일시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스리랑카의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식량과 연료 부족에 이어 심각한 의약품 부족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이번 주 증권거래를 중단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성명을 내고 콜롬보 증권거래소에 18일부터 5거래일간 거래를 일시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SEC의 이번 결정은 같은 날부터 시작되는 국제통화기금(IMF)와의 구제금융 협상 기간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리랑카 정부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 총회에 맞춰 긴급 구제금융 요청과 관련한 협상을 시작한다. 스리랑카는 IMF에 최대 40억 달러(약 5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인도에서는 추가로 5억 달러의 신용한도(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를 확보하고 중국으로부터는 연료 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접촉 중이다.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경제 핵심축이었던 관광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물가 급등까지 겹쳤다. 급기야 올해 2월부터는 석탄, 석유 등 연료를 수입할 달러가 바닥나면서 연료·식량난도 겪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18년 69억 달러 정도였던 스리랑카 외환보유액은 올해 22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스리랑카는 지난 12일 IMF 구제금융이 제공되기 전까지 510억 달러에 달하는 대외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료 부족으로 인한 사회 혼란이 심각해지자 스리랑카 국영 실론석유공사(CPC)는 전날 오후 1시부터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주유소에서 한 번에 4L(리터)까지만 연료를 구매하도록 하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극심한 의약품 부족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CNN은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의약품 부족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코로나19 사망자 수(1만6000여 명)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현지 의사는 “기관 삽입 튜브 등 일회용 의료 기구를 소독해 재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수술하고 있다”면서 “의약품 부족이 계속 이어진다면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절반이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스리랑카 보건부는 세계은행으로부터 의약품 구매를 위해 1000만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현장에 의약품이 공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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