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공행진에 불개입 선회...'실탄' 부족에 개입 강도 고심
최근 환율이 다시 폭등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외환 당국은 외환시장 개입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지난달까지 '외환시장 불개입' 방침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96원까지 폭등하면서 1600원선마저 위협하자 기존 입장을 깨고 개입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달 말까지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를 사수한 만큼 3월 들어서는 환율의 상승폭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 '사수'
지난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억달러를 간신히 유지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015억4000만달러로 전월말보다 2억달러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는 외환보유액의 운용수익이 다소 증가한 데다 은행들이 한은으로 부터 공급받은 외화자금중 일부를 상환한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가 지켜진 것에 대해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가 유지된 것은 일단 다행"이라면서 "최근 외환시장에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이어서 외환보유액 수준이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와 한은도 그 동안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 유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은행권의 단기외채가 줄어들고 있고, 경상수지가 향후 흑자기조가 예상되고 있어 향후 외환보유액 관리에 있어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근철 한은 국제기획팀 차장은 "그동안 외환당국이 공급한 300~400억달러는 주로 외채상환용으로 쓰였다"면서 "은행 자력으로 단기외채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 정부 외환시장 개입 불가피
하지만 최근 환율이 다시 폭등세를 거듭하며 1600원선 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외환당국으로서는 시장 개입 여부를 놓고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외환시장 개입에 있어 '뒷짐'을 져 왔던 정부가 2일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장 후반 환율이 1590원선을 넘어서자 정부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도물량이 유입되면서 폭등세가 다소 진정됐다"면서 "정부 개입 물량은 5~1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말까지 일단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를 유지에 우선 순위를 두고 시장 개입에 거리감을 뒀지만, 환율이 예상외로 폭등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월에는 경상수지가 30억달러 정도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3월 말까지는 다소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 차장은 "경상수지가 1월에는 적자를 봤지만 2월에는 3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달러 수급면에서도 외국인이 주식을 10영업일 이상 매도하고 있지만 해외로 자금이 유출된 것보다는 아직 국내에 머물러 있는 게 더 많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의 '외환시장 불개입' 방침에도 불구하고 환율의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정부가 '외환보유고 유지와 환율 방어'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