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리한 50조 추경 접고 최소 규모로 줄여야

입력 2022-04-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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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추경호 후보자가 “서민 생활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추가경정예산을 하기는 해야 한다. 물가 때문에 중단할 수는 없고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경의 성과를 내는 정책 조합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고 손실보상을 해주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위해 50조 원 규모의 추경을 공약했었다.

문제는 지금 대규모 추경으로 돈을 풀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더 자극할 수밖에 없고, 과잉 유동성 회수를 위한 금리인상이 가속화하는 국면에 재정건전성 또한 크게 악화돼 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4.1% 올라 10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와 곡물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세계적인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 스텝’ 등 공격적이고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다. 우리 또한 작년 8월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이달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정 상태도 위험하다. 연초 16조9000억 원의 추경이 편성되면서 올해 나라살림 적자가 70조8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2019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다. 여기에 50조 원 추경이 더해지면 적자 규모가 급증한다. 국가채무도 1100조 원을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이 50%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는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추경 재원을 마련한다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줄일 수 있는 지출이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하지만 벌써 추경에 대한 우려로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금리가 크게 올라 11일 연 3%를 돌파해 2013년 12월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국채 발행을 위해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고 발행 여건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의미다. 추경이 시중금리를 끌어올려 이자 부담을 늘리고 물가 불안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물가는 뛰는데 경기가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까지 증폭되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죄어야 하고, 금리 또한 오르는 국면에 50조 원 추경은 무리다. 선거 공약에 집착하면 경제 전반의 위기를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올해 1차 추경 16조9000억 원을 뺀 33조 원 안팎으로 줄여도 여전히 부담스럽다. 어느 때보다 엄중한 대내외 경제상황에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최적의 재정과 통화정책 조합이 절실하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경이 불가피하다 해도 규모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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