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고질병과 풍토병

입력 2022-04-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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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11시까지였던 어느날. 오후 10시 30분쯤 신촌에서 지인들과 자리를 마치고 앱으로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가까운 거리에 빈 택시가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근처 도로로 나갔다. 길가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빈차' 불이 켜진 택시가 보여 타려 했지만 기사님은 보조석 창문을 열고 행선지를 물었고 돌아오는 대답은 "안가요"였다. ‘아직도 이런 분이 계신가’ 생각이 들었지만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뒤이어 근처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 커플이 그 택시로 다가갔다. 몇마디를 주고받는 듯하더니 외국인들도 택시를 타지 못했다. 그들은 나에게 "명동까지 3만 원이 맞냐? 너무 비싼 거 같다"고 물었다. 승차거부에 바가지요금까지.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7년 전 태국 여행 중 택시 바가지 요금에 기분이 상한 기억이 떠올랐다. 볼거리도 먹거리도 마음에 들었지만 이동할 때마다 택시비를 흥정하는 일에 짜증이 났다. 현지에 살고 있는 태국어가 유창한 지인과 택시를 탈 때만 제대로 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나라가 택시호출 앱을 이용하니 바가지요금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앱으로 택시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일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우려스러웠다.

지난해 인천경찰은 인천공항에서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미리 작동시켜 부당요금을 받은 택시·콜밴 등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을 맞이하는 첫인상이 걱정됐다.

코로나가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에서 풍토병으로 굳어지는 감염증 '엔데믹' 전환을 앞두고 있다. 사적 모임 인원이 확대되고 조만간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봄꽃을 보려는 주말 나들이객들도 크게 늘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로 닫힌 빗장을 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해 7일간 자가격리를 해제했다.

관광은 외화가득률(상품이나 용역의 수출이 외화 획득에 공헌하는 정도)이 80%대로 전산업 최고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1명의 파급효과는 TV 약 16대, 소형 승용차 0.2대를 판매한 것과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관광객 증가는 숙박, 음식, 상업, 교통 등 관련 산업을 성장시키고 고용 기회도 늘려 국가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1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2% 증가했다. 지자체들은 여행사에 숙박비, 차량 임차료 일부를 지원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시동을 걸고 있다.

세계적인 한류 문화 열풍에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도 많을 것이다. 3년간 코로나로 멈춘 관광산업이 회복되는 시점에서 택시 바가지요금 같은 불법행위가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 다수의 정직한 택시 기사분들을 위해서라도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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