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입력 2022-03-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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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해체론에 시달렸던 기획재정부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정부 부처 중 가장 많은 수의 공무원을 파견했다. 기재부의 힘이 앞으로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수위에 따르면, 총 184명 규모의 인수위 구성원 중 정부에서 파견 온 현직 공무원은 전문·실무위원 56명이다. 이 중 기재부의 국·과장은 6명으로 정부 부처 중 가장 많다. 인수위가 있었던 박근혜 정부 당시 기재부에서 3명을 보낸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로 인해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서 기재부의 권한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폐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여성가족부에서 인수위에 파견한 공무원이 한 명도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의 통합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조직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대한민국이 기재부의 나라냐"고 말하며 대선 기간 기재부를 수없이 압박했던 이재명 전 민주당 후보가 낙선하자 기재부 공무원들도 다소 숨통이 트인 모양새다. 당시 이 후보는 기재부의 힘이 너무 세다며 예산 편성 기능을 떼어내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직속 기관으로 두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내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도 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동안의 정책이 예산에만 치중됐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시장의 안정성이나 성장 방향으로 경제 정책이 추진되면서 균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에라도 '꽃길'을 걸을 것만 같지만, 기재부는 당분간은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다. 우선,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 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손실보상을 위해 추가로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공약을 위해 어떻게든 재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물가 상승세와 부동산 세제 개편 등 기재부 앞에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재부에 큰 힘이 주어진만큼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새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앞으로 큰 힘을 갖게 될 기재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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