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친 주택 보유세 부담이 3배 가까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책의 잇단 실패로 집값이 치솟은 데다, 공시가격 상향과 종부세율 인상이 겹쳤기 때문이다. 집 가진 사람에 대한 ‘세금폭탄’의 실태를 보여 준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국세청,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집계한 결과다. 자료에 따르면 작년 주택분 보유세 징세액이 10조8756억 원으로 2016년 3조9392억 원의 2.8배였다. 이 중 종부세가 2016년 3208억 원에서 지난해 5조6789억 원으로 무려 17.7배로 늘었다. 특히 정부가 2020년 종부세율을 0.5∼2%에서 0.6∼6%로 올리면서 2021년 종부세액은 전년(1조4590억 원)의 3.9배로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보유세가 2016년 1조5948억 원에서 작년 4조4926억 원으로 늘어 증가율이 2.8배였다. 종부세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16년 1972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2조7766억 원으로 14.1배나 뛰었다. 서울은 전국 종부세 징수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세액 증가율은 광주광역시, 세종시, 제주도 등의 순으로 높았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늘어나는 세금은 조세저항을 불러온다. 결국 지나친 보유세 부담 증대가 민심이반과 함께 이번 대통령선거에서의 정권교체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정부·여당은 이제야 보유세 부담을 줄이겠다고 한다. 정부는 23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세금 완화 방안을 발표한다. 공시가는 작년 19% 올랐고, 올해 상승률은 약간 낮은 17% 정도로 예상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급한 더불어민주당은 과표기준을 2020년 공시가격으로 묶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공시가는 부동산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의 부과 기준이 된다. 과세표준을 정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유력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일단 올해 보유세가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땜질 대책이 아니라 주택보유세 구조의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턱없이 비싸진 집값에 1주택자까지 징벌적 종부세를 매기는 것이 합당하냐는 문제부터, 하나의 과세 대상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국세인 종부세와 지방세인 재산세를 따로 걷는 이중과세 논란이 비등하다. 보유주택 가격이 아니라 주택 수에 따라 달라지는 세금 차이도 불합리하다. 결국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재산세와의 통합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부동산과 세금정책에서 우선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사안이다. 그것이 엉망이 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