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법적 쟁점은?

입력 2022-03-21 17:19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인수위 권한 아냐 "명백한 직권남용"..청와대 "무리한 면 있다" 사실상 반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전 비용은 문재인 대통령에 건의해 예비비를 편성해 충당할 것"이라고 했지만 청와대가 "이전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다는 우려를 전한다"고 해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에 대한 법적 쟁점은 크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에 집무실을 이전할 권한이 있는가 △현 정부가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편성에 동의하는가로 압축됐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대통령직인수법)에서 정한 인수위 업무 범위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 기조 준비 △대통령 취임행사 업무 준비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검증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인수위 예산은 이 직무 범위 안에서만 쓸 수 있다.

집무실 이전 비용은 법률에 언급된 인수위 지원 예산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쓰면 위법한 예산 집행이 된다. 전홍규 법무법인 해랑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인수위 업무에 집무실 이전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어서 직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며 "법적인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한 순간 이미 직권남용이 행해진 것"이라고 봤다.

하 변호사는 "대통령직인수법은 집무실 이전을 인수위의 권한 범위로 보고 있지 않다"며 "인수위가 문 대통령의 사전 승인을 받고 이전 계획을 밝혔다면 상관 없지만 그것도 아닌데 발표부터 한 것은 권한 없는 자가 행위를 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수위의 행동은 검사임용 예정자가 기소권을 행사해놓고 나중에 검찰총장에게 승인 받겠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에 요청하는 것"...현 정부 동의 없으면 취임전 이전 불가

법조계 전문가들은 인수위가 독자적으로 이전할 권한은 없지만 현 정부의 동의를 받아 예비비를 집행해 집무실 이전을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봤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인수위 혼자서는 당연히 이전을 못 하지만 차기정부가 그러한 방향으로 일하겠다고 해서 현 정부에서 정리해주는 것을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자룡 법무법인(유한)한별 변호사는 "예정에 없던 예산 집행에 대해 일반회계의 100분의 1 내에서 예비비 편성을 할 수 있다고 법이 규정한다"며 "목적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집무실 이전에 예비비 편성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는 인수위 요청을 현 정부가 받아들여 대신 행하는 방식으로만 집무실 이전이 가능하다. 반면, 청와대는 집무실 이전이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를 편성할 가능성도 낮아졌다. 현 정부가 이전에 대한 부정적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만큼 윤 당선인 계획은 시행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았다.

정혁진 법무법인 정진 대표변호사는 "국무회의에 상정해서 문 대통령이 승인하면 집무실 이전에 예비비를 쓸 수 있지만 못한다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현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인수위는 자금이 없어서 이전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당선인이 문 대통령을 협박하는 식으로 직권을 남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서로 협의하는 것이 답"이라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 역시 "현 정부가 안된다고 했으면 집무실 이전은 안된다"며 "예비비 집행이 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미리 계획을 발표하고 공무원들에게 예산안도 만들라고 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