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받지 않는 감시자'...윤석열 당선인, 민정수석 폐지 꺼낸 이유

입력 2022-03-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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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녀 입시비리’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폐지를 약속한 민정수석은 공직기강 확립, 법무, 반부패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대통령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을 말한다. 민정(民情)의 한자 뜻은 ‘국민의 마음’ 혹은 ‘국민의 생활 형편’이지만 실제로는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감찰기관의 역할에 더 비중을 뒀다. 공식적으로 민정수석의 업무는 ▲여론 및 민심 파악 ▲공직사회 기강 확립 ▲법률 보좌 ▲반부패 등으로 광범위하다. 또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직무 관찰,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도 민정수석 몫이다. 5대 사정기관(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을 총괄하며 이들이 생산하는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며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도 했다. 이렇다 보니 민정수석은 차관급임에도 사실상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상부기관으로 대통령의 칼자루 역할을 맡아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우병우, 조국 등 과거 민정수석들은 ‘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Who watches the Watchmen)’라는 논쟁의 중심에 섰던 대표적 인물들이다.

윤 당선인이 이날 민정수석실을 옛 명칭인 ‘사직동팀’으로 지칭한 것은 ‘구태’ 혹은‘ 적폐’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일명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며 “과거 사정 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사직동팀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지시로 해체된 조직으로, 과거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관리 및 첩보 등을 수집했던 청와대 특명 조직이다. 공식 이름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지만, 종로구 사직동 내에서 비밀리에 정보를 수집하고 사찰해 ‘사직동팀’으로 불렸다. 과거 법무비서관실 직속으로 있었으나 민정수석실로 이동해 2000년 10월 폐지됐다.

1999년 당시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 구명을 위해 고위층 인사에게 ‘옷로비’를 했고 이 사건을 사직동팀에서 내사했다. 당시 내사 보고서가 법무장관을 거쳐 신동아그룹으로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체론이 제기됐다. 옷로비 사건이 결국 최초의 특별검사 제도가 시행되는 ‘게이트’로 비화되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사직동팀 해체를 지시했다.

사직동팀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름으로 부활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MB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는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사직동팀 역할을 했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경찰 출신 박관천 행정관이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통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존재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박 전 대통령의 중도 퇴임까지 불러왔다.

윤 당선인은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다”면서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제가 지향하는 대통령실은 사정기능을 없애고 오로지 국민을 받들어 일하는 유능한 정부로, 정책 아젠다를 발굴하고 조정 관리하는 데만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에 따라 오로지 국가 안보,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발언”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당선인 구상의 일단을 피력한 것으로 앞으로 인수위 논의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정치개혁 아젠다 중 하나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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