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금리 환경과 가계대출 금리 상한의 적정 수준에 대한 고찰' 보고서
금리 상승기에 금융사들의 대출 원가비용이 증가하면서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아예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사들의 자금 조달 금리가 법정최고 금리를 넘어서게 될 경우 대출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돼 금융 취약계층에 아예 대출을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금리 환경과 가계대출 금리 상한의 적정 수준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통해 “향후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조달비용과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대출공급이 위축되고 취약차주의 민간금융 배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년간 법정 최고금리는 인하세를 보였다.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는 2014년 34.9%에서 2016년 3월 27.9%로 떨어진 뒤 2018년 2월 24%, 작년 7월 20%까지 내려왔다.
법정 최고금리의 인하는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신용대출 공급의 원가 비용 역시 감소해 개인 취약차주의 민간금융 배제 규모는 축소됐다.
문제는 금리 상승기라는 점이다. 최근 미ㆍ러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와 공급망 차질에 의한 인플레이션 우려 및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상승 전망 등은 우리나라의 시중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신용대출의 원가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 취약차주의 금융 접근성이 악화될 수 있다.
시중금리가 1.5% 수준인 현재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의 저신용자 대상 평균 신용대출 원가금리는 21.6~24.1%로 추정된다. 시중금리가 2%까지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원가금리는 23.1~26.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 연구위원은 “국고채 1년물 금리(시중금리)가 1%p(포인트) 증가할 때 업권별 원가금리는 조달비용 및 대손비용의 상승으로 평균적으로 저축은행 1.7~3.2%p, 카드업 2.1~3.0%p, 캐피탈업 2.4~3.5%p, 대부업 2.9~4.0%p만큼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대출 영업의 평균 원가 금리가 19%라면 공급을 지속하겠지만, 최고금리를 넘어서게 되면 더는 이익을 남길 수 없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중단하게 된다”며 “법정 최고금리 대비 원가 금리의 수준은 대출공급자가 특히 저신용 차주를 상대로 사업을 지속할지 또는 중단할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중단하는 업체가 많아질 경우 저신용계층 의 민간금융 배제도 심화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오 연구위원은 취약차주의 금융여건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가계대출 금리 상한(최고금리)의 적정 수준을 금리 환경에 맞게 유연하게 설정·운용하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법적으로 고정이자율을 명시하는 대신 중앙은행이 대출종 류, 금액, 기간 등에 따라 유사한 대출상품 평균금리(APR)의 몇 배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장 상황에 맞는 변동적인 최고금리를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일 숫자로 표시되는 법정 최고금리 체계에서는 예를 들어 최고금리를 더욱 인하해도 좋은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이나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의 한시적 대응 등의 유연한 대처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오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취약차주의 부담을 경감하면서도 일부 계층의 소외현상을 최소화하기에 적절한 최고금리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경제 상황에 연동하여 최고금리를 준칙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