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회장의 한탄 “러시아, 일본 바로 옆나라인데 어떻게 문닫나”

입력 2022-03-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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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도쿄/AP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러시아 사업을 계속하려던 ‘유니클로’ 패스트리테일링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방침을 선회한 이유를 털어놨다.

야나이 회장은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제각각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있는 이상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 회사가 애플처럼 미국 기업이라면 곧바로 중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러시아는 일본 바로 옆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일본에 악감정을 갖는 게 좋은 일인가”라며 러시아 사업을 계속하려던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패스트리테일링은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는 와중에도 “옷은 생활 필수품”이라며 러시아에서 사업을 계속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비난이 이어지자 결국 10일 러시아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신문에 따르면 야나이 회장은 ‘의복은 생활 필수품’이란 생각 하에 주위의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가게를 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전력 부족을 이유로 절전 요청이 들어왔으나 영업을 계속했다. 2020년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로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졌을 때도 많은 기업들이 자숙에 들어갔지만 패스트리테일링은 직영점 영업을 계속했고, 일부에서는 신규 매장도 열었다. 당시 많은 소비자들은 이러한 유니클로의 행동을 지지했다. 이번에 러시아 사업을 계속하려 했던 것도 지금까지의 신념을 이어가려 했던 셈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의 2021 회계연도 유럽 사업 매출은 약 1100억 엔. 유럽 전체 117개 매장 중 러시아가 40%를 차지하며, 유럽 최대 매장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다. 패스트리테일리의 사업에서 적지 않은 비중이다.

일단, 패스트리테일링은 21일부터 러시아 50개 유니클로 매장과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임시로 접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예상 외로 좋지 않은 탓이다.

침공 개시 후 2주일 이상이 지난 현재, 러시아군은 병원과 유치원 등 민간 시설에까지 공격을 가하고 있다. 패스트리테일링 내부에서조차 “일반 러시아 국민의 생활을 돕는다는 것이 이해를 얻지 못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사외이사들도 평판 리스크를 이유로 방침을 돌리라고 목소리를 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방침 전환에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는 트위터에 "과연 패스트리테일링과 유니클로다. 러시아에 대해 영단을 내렸다. 또 하나의 대기업이 우리와 함께 맞서고 있다. 다음은 누구일까?"라는 글을 올렸다.

신문은 정치와 사업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이번 유니클로의 행보에서 많은 일본 기업에 교훈이 됐을 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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