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시 한번 확인된 '금융의 정치화'

입력 2022-03-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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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융권에선 각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쏟아내고 있다. 자신의 이름과 몸담았던 금융사를 건 '베팅'이다.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시석중 전 IBK자산운용 대표 등은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질세라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김주하 전 NH농협은행장 등 금융인들은 윤석열 후보 편에 섰다.

보수적인 금융권 특성상 공개적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움에도, 이번 대선에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양상을 띠었다.

그만큼 부작용도 컸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지 명단에 이름이 오르는 '촌극'도 발생했다. 성급하게 지지 명단을 올리다가 동종 업계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대표성을 놓고 내부 갈등에 휩싸인 사례도 곳곳에서 나왔다. 전ㆍ현직 간의 갈등도 포착됐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직 인사보다 현직 금융인사들은 당혹스러운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의 정치화'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대선이 개인적인 자리 만들기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실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상당수 인사가 금융공기업과 국책은행의 대표와 이사, 감사 등의 자리를 차지해 낙하산 논란으로 번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인사들이 대선 때부터 주도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집권 후 금융권 요직을 장악했다.

외부에 줄을 대고 내부적으로도 세력을 만들거나 특정인을 밀어주는 행태가 금융회사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건 오래다. 이미 정치화된 금융은 시장을 왜곡하면서 크고 작은 부작용을 보여줬다. 사모펀드 사태 등 리스크가 언제, 어디서 또다시 터져 나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금융당국의 감독 검사 기능이 완화된 상황에선 특히 그렇다.

진정한 금융 발전을 위해선 금융의 정치화 고리를 하루빨리 끊어야 한다. 금융감독이 독립해 금융산업 정책에 견제와 균형을 이룰 때, 금융안정이 비로소 나타날 수 있다. 새 정부는 과거의 악습을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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