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가 100달러 대, 경기추락 방어수단 안보인다

입력 2022-03-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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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배럴당 100달러대로 올라섰다. 2014년 이후 7년여 만의 최고 수준이다. 1일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전 거래일보다 8.0% 폭등한 103.41달러, 브렌트유도 3.9% 상승한 104.97달러, 두바이유는 1.9% 오른 98.71달러를 나타냈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들의 제재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키로 했지만, 물량이 적어 치솟는 유가를 잡기에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오일 쇼크’의 상황이다.

석유수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연평균 100달러일 때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p 높아지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305억 달러 줄어든다고 분석한 바 있다.

수급불안 탓에 이미 지난해부터 계속된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면서 작년 12월 무역수지가 20개월 만에 5억9000만 달러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 1월 48억9000만 달러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2월에 8억 달러 흑자를 나타냈지만, 우크라 사태의 파장은 앞으로 본격화할 것이다. 게다가 국제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로 원·달러 환율도 급격히 올라 1200원을 넘은 상태다. 수입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기도 하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지난 한 달간 50% 가까이 치솟았다. 러시아의 공급비중이 큰 알루미늄·니켈 등 각종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세다. 우리나라의 러시아 의존도가 20% 이상인 수입품목이 나프타를 비롯해 118개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 전반에 심대한 충격이 우려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서 1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지수가 115.8(2015년=100)로 전월보다 0.3% 낮아졌고,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도 120.8로 1.9% 떨어졌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함께 감소한 것은 2020년 3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통계청은 높았던 전월 지표가 조정을 받은 영향으로 경기회복세가 꺾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 위기요인만 중첩돼 몰려오고 있다. 하루 확진자 20만 명을 넘어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 데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들의 고강도 제재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혼란이 커진다. 에너지와 원자잿값 폭등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까지 겹쳐 불확실성만 증폭되고 있다.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는데 경기추락을 방어할 수 있는 뾰족한 대응책도 없는 실정이다. 비상한 경제운용 수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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