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만 보이는 ‘개인기 대선’…‘킹 메이커’ 사라지고 공약집도 실종

입력 2022-02-23 15:18수정 2022-02-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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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대신 퍼포먼스와 SNS 선거 몰두...상대 실수로 득표하려는 '헛발질 게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전북 전주 전북대학교 앞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강조하는 '부스터 슛'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2주도 채 남지 않은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특징 외에도 과거 선거와는 다른 양상들이 적지않다. 과거 대선 때마다 등장했던 ‘스타 플레이어’ 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당선 후의 국정을 예측해 볼 수 있는 비전과 공약이 사라졌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킹 메이커’로 불리는 거물급 조력자가 보이지 않는다. 역대 대선에서는 후보 곁에서 기세를 돋우고, 때로는 뒤에서 캠프를 진두지휘하며 표를 모으는 ‘스타 플레이어’가있었다.

‘선거의 제왕’이라 불리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해결사’라는 별명이 붙은 김종인 전 국민의 힘 총괄선대위원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제15대 대선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기획본부 부본부장으로, 16대 대선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반에 참여해 당선에 기여했다. 이어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21대 총선에서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대승을 이끌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무게감 역시 크다.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선대위원장으로 나서 오세훈·박형준 후보를 각각 서울·부산시장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각각 2선으로 후퇴하거나 선거캠프를 떠나면서 그들을 대신하는 ‘얼굴 마담’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우 이낙연 전 총리가 뒤늦게 중앙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조력자로 나섰지만 여권 지지층 결집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측은 김종인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권영세 사무총장과 이준석 당 대표가 선거조직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 내분 사태’를 수습하고 윤 후보의 지지율을 상당 부분 회복하는데 성공했지만 ‘대세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는 애를 먹고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워주신 윤석열, 목포의 눈물을 닦아드리겠습니다' 유세에서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렇듯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표 몰이’에 앞장서는 스타가 없다 보니 이번 대선은 후보 한 사람의 ‘완맨쇼’로 흘러간다.

여기에 정책과 공약 빈곤도 심각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한 주요 대선 후보들은 후보 등록 때까지 공약집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한 ‘대통령 선거 10대 공약집’은 제출했지만, 공약 이행을 위한 세부계획이나 재원 조달 방법, 추정 예산액 등이 포함된 공식 공약집은 발간하지 못했다.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는 이미 시작됐고, 사전 투표도 오는 3월 4일~5일 진행된다. 유권자들은 공약도 모른채 투표했거나 선거 직전에야 훑어라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후보끼리 서로 겹치거나 심지어 ‘베끼기’공약들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후보들은 비전 제시나 정책 경쟁 보다는 볼거리를 앞세운 ‘개인기 선거’와 SNS선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여론 몰이에 몰두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어퍼컷 세러머니’로 화제를 모으자 이재명 후보가 ‘발차기’로 응수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야구 배트’를 들고 나섰다.

공약 대결 대신 ‘퍼포먼스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권자들은 ‘앞으로의 5년’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각 후보가 대통령 취임 후 만들어질 나라가 어떤 모습일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에서 투표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슬로건 조차 없이 상대 후보의 약점이나 헛발질을 이용해 표를 얻으려는 선거 전략에 우려를 표한다.

서울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심판하자고 고함치는 후보들만 있다”면서 “유권자들은 법카냐 법사냐, 대장동이냐 수내동이냐, 괴물이냐 식물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시대 정신이 사라지면서 후보와 유권자간은 물론 유권자들끼리도 공감대 형성이 불가능해졌고 네거티브라는 악습만 활개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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