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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D-15' 공약집 없는 한국 대선, 처음이지?

입력 2022-02-22 14:39수정 2022-02-2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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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정치팀장

기업 A는 정부부처 B가 진행하는 대규모 사업을 수주했다. A는 사업계획서를 언제 제출했을까. 첩삽 뜨기 1년 전이다.

수많은 정부부처 중 한 곳이 사업 하나를 진행하는데도 최소 1년 전엔 청사진을 마련한다.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국정 운영 방향과 정책은 언제 발표해야 할까.

2주 뒤면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2일 공약집을 발표했다. 딱 보름 전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아직도 공약집을 손보고 있다.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들의 '큰 그림'을 제대로 알 길이 없다. MT를 가려는 대학생들조차도 2주 전에는 계획을 짠다.

심지어 후보들은 공약집 완성은 커녕 최근까지도 '일단 지르고 보자'식으로 공약들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며칠 전 '자전거도로 5년간 30% 확대', '아동수당 18세로 확대' 등 아동권리 보장 7대 공약 등을 줄줄이 발표했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인 14일 하루만에 무려 5가지에 달하는 공약을 발표해 '남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 후보는 이날 △사법개혁 △지역 공약(강원) △자본시장 공약 △교육 공약 등을 연달아 내놨다. 마지막 40번째 심쿵 공약으로 '5000만원 이하 퇴직소득세 폐지도 발표했다.

더 큰 문제는 후보들이 내 놓은 공약들을 모두 합하면 재원은 어마어마한데 재원 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라 살림을 거덜낼 판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내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각각 300조·266조 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들 공약만 다 합쳐도 1년 나라 살림에 필요한 예산 규모에 육박한다.

결국 두 후보는 나무(공약들)에 매몰돼 숲(공약의 방향성·타당성· 실현 가능성 등)은 아예 보지도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공약집 늦장 발간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9대 대선 당시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선을 불과 11일 앞둔 4월28일 공약집을 공개했다. 하지만, 당시엔 '대통령 탄핵으로 7개월이나 빨라진 조기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해외 주요국만 봐도 후보들은 대선 몇 개월 전에 공약집을 완성시킨다. 2017년 우리와 비슷한 시점에 대선을 치른 프랑스 국민들은 2월 초 후보들의 공약집을 볼 수 있었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7월 말 정강정책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역시 대선 3개월 전에 공약집을 내놨다.

한 마디로 이번엔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얘기다. 윤 후보 측은 수 주 전부터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확인할 게 많다. 검토 중이다"라며 온갖 핑계를 대고 있다. 최악의 경우 대선때까지도 공약집을 못보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전 투표 시작일이 3월 4일임을 감안하면 열흘도 안남았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이 씌워진 판국에 '역대 최악의 무개념 공약'이라는 수식어까지 더해질 판이다. 국정 비전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공약을 차분하게 검토할 시간조차 없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여러 대선을 거쳤지만 이번 처럼 국정 운영에 대한 철학과 정책이 실종된 적은 없었다. 이번 공약은 포기했다"라고 말할 정도다.

정책공약집 없이 치르는 선거에선 누가 대통령이 돼도 상당 기간 국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공개된 이 후보의 공약집도 공약이 전부 몇 개고, 어떤 내용인지 나열된 수준이지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없다. 이번에도 정책을 통한 대선 후보 검증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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