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연금개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입력 2022-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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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제연구소장

30년쯤 후에는 국민연금 재원이 고갈되어 지금의 젊은이들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 많다. 먼 미래의 일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고착되는 저성장 등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이다. 연금개혁은 절실한 과제이지만 당장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이 많아 정치인들은 개혁하는 흉내만 낸다. 연금제도의 실상과 개혁 방향을 간단히 알아보자. 한국의 공적연금은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 연금, 국민연금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기초연금은 지급 금액이 월 30만 원 정도로 생활의 기초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개혁 방향은 지급 금액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화로 대상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 재정 부담이 크다.

둘째,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의 특수직 연금은 다른 연금에 비해 혜택이 과도하다. 연금만으로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도 꽤 있다. 여기에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이미 기금 재원이 고갈되어 세금이 들어가고 있고, 사학연금도 머지않아 비슷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당연히 기여금은 올리고 혜택을 줄이는 개혁이 필요하다. 공무원 등 연금 대상자의 반발이 매우 크다. 또한 개혁이 일부 된다 하더라도 세대 간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 연금을 이미 받고 있거나 곧 받을 사람은 부담이 거의 없을 것이다. 젊은 공무원은 기여는 많이 해야 하고 혜택은 적어질 것이다. 제도개혁의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국민연금은 문제가 더 복잡하다. 평균 수령금액이 월 53만 원 정도로 노후 생활에 부족하고, 수령자는 61세 이상 인구의 35% 정도로 사각지대가 크다. 국민연금도 공무원연금에 비해서는 작지만 기여에 비해 혜택이 큰 데다, 저출산 등의 여파로 2055년경에 연금 재원이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 부족 재원에 대한 미래 근로자들의 부담은 엄청날 것이다. 그리고 기초연금 제도가 국민연금과 연계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조금씩이나마 내 수령액이 월 46만 원을 넘으면 기초연금이 일부 삭감된다. 차라리 국민연금 내지 않다가 나중에 기초연금만 받겠다는 사람이 늘어나 사각지대가 더 커진다.

종합해 보면 한국의 공적연금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불공정한 데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제대로 된 개혁이 힘들다. 근본적 해결은 기초연금,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공적연금을 통합하여 하나의 연금제도로 운영하는 것이다. 기여한 정도에 따라 차등되어야 하지만 과도한 격차를 없애고, 대부분의 가입자가 공적연금으로 최소의 생활이 가능한 국민 모두의 연금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풍요로운 생활은 공적연금이 아니고 개인연금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소급입법 문제와 기득권자의 저항 때문이다. 근본적 개혁은 시간이 지나 문제가 더 절실해질 때 추진하는 것이 국민적 합의점을 찾기 쉽다. 문재인정부가 국회에 사지선다 개선안만 보내놓고 가만히 있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손 놓고 마냥 기다리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사각지대 축소, 세대 간 불균형 해소와 함께 불공정 완화라는 방향에서 연금제도를 보완하여야 한다. 현재로서는 다음의 두 가지가 현실적인 대안일 것 같다.

하나는 부자 노인의 부담을 늘려 가난한 노인을 지원하는 노인 간 연대를 통해 노인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높고 폐지를 주워야 연명할 정도로 가난한 노인이 많지만, 한편으로 부자들도 노인이 많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대부분 노인이고 돈 버는 사업장의 주인도 노인인 경우가 많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혜택도 나이 든 사람의 혜택이 훨씬 크다. 노인들 중에서 공적연금을 포함, 여러 소득의 합계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저율로 과세하여 기초연금 확충과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등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노인 간 연대를 위한 새로운 세금, 가칭 ‘노인연대세’의 도입이다. 증세 문제가 있지만 교육세 등과 같이 특별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세로 보면 된다. 노인연대세는 세대 간 연금 혜택의 불공정을 완화하고 같은 시대를 어렵게 살아 온 이웃을 지원하는 의미도 있다.

다른 하나는 토지, 주택 등 부동산은 있지만 소득이 없는 노인에게 부동산을 소득으로 전환시켜 자신의 노후에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노인들 중에서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은 많지만 소득이 없어 어렵게 사는 분이 꽤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우선 부동산 보유 노인에게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등에 가입을 유도하고, 유산 상속 예정자에게는 상속을 전제로 노인에게 생활비를 지급할 것을 권유한다.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부는 부동산 보유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대상자 사후에 부동산을 매각하여 연금 지급액을 회수한다. 차액은 상속자산으로 상속자에게 귀속시키면 된다.

이 방안은 자신은 살기 어려워도 재산을 자식에게 주려는 생각이 많은 한국 노인들에게는 저항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고,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에서 부동산의 현금화를 통해 경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즉, 노인 보유 부동산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안의 하나이고, 재정부담 없이 연금 대상자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는 제도이다.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때와 같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개별적으로 조금씩 바꾸는 땜질 처방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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