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배 뻥튀기 청약에...금융위, 칼 뽑는다

입력 2022-02-15 13:45수정 2022-02-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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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KB증권 한 지점에서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기업 공개(IPO) 시 기관들의 뻥튀기 청약 신청 행태에 칼을 빼 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10억 원의 자본금도 없는 기관도 수 조 원어치의 물량을 신청하면서다. 기관의 자금 능력에 따라 청약 신청 금액에 상한을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기관들의 허수 청약에 대해 회의를 열고, IPO 과정에서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이 적절히 작동하지 못한 이유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규정에 따르면 (기관이) 자기 능력에 안 맞게 청약을 하면 안 되고 (증권사가) 그걸 받아줘도 안 되는데, (규정이) 왜 워킹이 안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LG엔솔 사태로 촉발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LG엔솔의 대표 주관사였던 KB증권을 통해 공모주 청약을 신청한 기관(680곳) 중 회사 자본금이 10억 원 미만인 곳은 120곳(17.64%)이었다.

120곳 중 1곳을 제외한 119곳은 9조5625억 원어치의 공모주를 신청했다. 이 금액은 LG엔솔이 기관에 배정하기로 한 3187만5000주의 가치다. 즉, 회사 자본금이 10억 원도 없으면서 10조 원에 육박하는 공모주를 신청한 것이다. 회사 자본금이 1억 원이면서 9조5625억 원어치를 신청한 기관도 두 곳이나 있었다. 회사 자본금이 10억 이상 50억 미만인 곳은 402개(58.26%)였다. 이 중 378곳(94.02%)이 최대 물량(3187만5000주)을 신청했다.

개인은 청약을 신청한 금액의 50%를 증거금으로 내야 하는데, 기관은 증거금을 1원도 내지 않는 점을 악용해 기관들의 뻥튀기 청약 신청이 빚어진 것이다. 청약 신청이 늘면 경쟁률이 높아지고 공모가도 커진다. 이 가격을 애먼 투자자가 감당하기에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허술한 제도 탓에 업계에서는 ‘최대 청약을 안 하면 바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금융위는 이런 비판을 인식하고 기관이 능력에 맞게 청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는 가닥을 잡고 있다. 가령 회사 자본금이 1억 원인데 9조 원이 넘는 청약을 신청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어떤 항목을 기관의 능력으로 인정하고 이 능력의 몇 배 내에서 청약 주문 금액을 가능하게 할지 확정되진 않았다. 다만 회사의 자본금, 차입 등을 통한 자본조달력, 펀드 순자산 등이 될 전망이다.

그간 금융 당국은 IPO의 활황을 위해 청약을 시장에 맡겨 왔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는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등을 활용해 청약과 배정의 기준을 세워왔다. 하지만 LG엔솔 사태로 이 기준이 무너진 것이 확인되면서 금융 당국이 채찍질에 나선 모양새다. 과거 강조했던 IPO 흥행보다는 허수 청약으로 만들어진 IPO의 활황은 의미가 없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이다.

문제는 청약 신청하는 기관의 능력을 증권사가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기관이 많고 시간은 한정돼 있어 기관을 일일이 조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LG엔솔 수요 예측은 2일이었다”며 “이틀 동안 (해당 기관이 허수 청약을 했는지 아닌지) 정확하게 분석해 쳐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위의 (수정) 방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일정 기준을 충족한 투자일임사만 수요 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개정될 규정에는 투자일임업을 등록한 후 2년이 지나거나 투자일임 규모가 50억 원 이상일 때만 회사의 고유 재산으로 수요 예측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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