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그림-박형진

입력 2009-02-23 13:4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전문

지난 글에 이어 연달아 내 아이 이야기로 시작하려니 멋쩍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나…. 오늘 이야기할 작가 박형진의 작품을 떠올릴 때면, 우리 삽식이(별명이다. 낳아 놓고 보니 하도 삽상해서 붙여줬다)가 생각나는 것을.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 태어난 삽식은 우리나이로 여덟 살이다. 독립적 인격체로 대우 받고 싶은 나이가 되었는지, 꼬박꼬박 말대꾸 하는 게 여간 얄미운 게 아니다. 허나 베개를 꼭 껴안고 자는 뒷모습이나 그 뒷덜미에서 송송 풍기는 살냄새도 정말 사랑스럽다. 동생 낳아달라고 조르다가 최근에는 강아지로 관심이 옮겨간 그다.

서울옥션 이승환 팀장

#본문

작가 박형진의 작품을 떠올릴 때면, 우리 삽식이(별명이다. 낳아 놓고 보니 하도 삽상해서 붙여줬다)가 생각난다.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 태어난 삽식은 우리나이로 여덟 살이다.

독립적 인격체로 대우 받고 싶은 나이가 되었는지, 꼬박꼬박 말대꾸 하는 게 여간 얄미운 게 아니다. 허나 베개를 꼭 껴안고 자는 뒷모습이나 그 뒷덜미에서 송송 풍기는 살냄새도 정말 사랑스럽다. 동생 낳아달라고 조르다가 최근에는 강아지로 관심이 옮겨간 그다.

작가 박형진의 작품을 보자. 한국화 작가 남편(강석문)과 함께 작업 중인 이 부부의 작품들은 무니지니 사이트(http://cafe.naver.com/munijini.cafe)에서 만날 수 있다.

간만에 찾은 이곳에서 내 눈길을 채간 작품은 ‘프리 허그(free hug)’다. 붉은 색이지만 하나도 안 이상한 개 한 마리가 발가벗은 아이를 꼭 껴안고 있다. 아이의 표정은 볼 수 없지만, 개가 그렇듯 아마도 눈을 감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작가 특유의 풀(혹은 나무?)들이 이곳 저곳에 자라고 있고, 하늘에는 둥실 개집이 떠 있다. 문득 슬퍼진다. 혹시 어린 시절 작가가 기르던 개가 아닐까…. 곁에 없지만 언제나 마음에서 체온을 나눌 수 있는, 혹은 그러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그려진 작품이 아닐까….

일견 어린 아이가 그린 듯 유치해 보이지만, 실상 작가의 표현력은 대단하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줄 하나 찍 그어, 이토록 아름다운 표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바로 미술의 매력이다. 만약 이런 장면과 이런 감정을 전달할 때 극사실적 표현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다른 작품을 보자. 이번에는 아이들이다. 아이보다 훌쩍 커버린 풀(혹은 나무)이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물뿌리개로 물을 준다.

‘잘 자라라’는 제목도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

아이들이 대상에 대해 쏟는 사랑은 순수하다. 부모의, 적어도 아빠의 사랑은 어느 정도 이기적이다.

자식을 사랑하면 할수록 돌아오는 행복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그럴까? 우리 삽식이가 아빠를 사랑하는 것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한번 사랑을 줘버렸다면 이미 커버린 대상에게 까지 물주기를 계속 한다. 그리고 그 마음에는 무지개가 오롯이 뜬다.

유행가 가사 같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 것일까? 더 많은 것을 잊어 버리고 또 잃어 버려야만 다른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삶의 법칙을 이미 터득한 어른이기에 역설적이게도 작가 박형진의 작품에서 눈길을 거두기 힘들어진다.

<작품1>박형진 (1971~ ), Free hug, 캔버스에 아크릴릭, 34x24cm

<작품2>박형진 (1971~ ), 잘 자라라-Grow well, 캔버스에 아크릴릭, 72.7x 53cm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