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몸이 곧 마음

입력 2022-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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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지병원 외래교수

일요일 저녁 10시. 고등학생 큰아들이 학원에서 귀가할 시간이다. 서둘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아들을 기다린다. 잠시 후 우리 부자는 석촌호수 산책로를 뛰고 있는 중이다. 처음 5분 정도까지는 숨이 차고, 다리도 무거운 듯하며, 약간의 후회도 든다. 이윽고,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다리가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 몽고의 초원을 달리는 한 마리 준마에 빙의되어 달린다. ‘다음 주는 직원들 월급을 주는 날이네.’ 잠시 현실의 일이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다가, 시베리아 삼림을 질주하는 고독한 늑대가 되어 달리기도 한다. ‘코로나가 점점 극성이라 어쩌지, 에잇.’ 어느새 개마고원을 포효하며, 뛰어다니는 구석기 원시인이 되어 버린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네.’ 다시 산책하는 사람들을 지나쳐서 달려 나가는 순간에는 고속의 스포츠카가 “쌔앵” 하며, 추월해 가는 듯하다.

어느새 계획했던 5㎞를 훌쩍 넘겨 버린다. 땀범벅이 되고, 갈증이 느껴진다. 게걸스럽게 물을 들이켜니, 온몸이 물을 빨아들이는 느낌이다.

다음 날이다. 말쑥한 도회지 중년 남성으로 돌아온 나는 진료실에 앉아 짐짓 점잖은 체를 하며, 상담하는 중이다. “그래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참 그런데, 지난주에 운동은요?” 거의 매뉴얼이라 할 정도로, 습관적으로 상담 말미에 묻는 한마디다.

“식물은 심을 식, 심기만 하면 알아서 잘 크지만, 동물은 움직일 동, 움직여야 몸과 마음이 잘 유지됩니다.”

“치매 예방에 독서, 게임 같은 뇌 활동도 도움이 되지만, 운동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운동은 우울증 개선에 있어서, 약과 거의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해요.”

상담 때마다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서 운동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진료실에 걸어서 왔어요.” 환자는 뿌듯한 표정으로 답한다.

저절로 환한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격려와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존 로크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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