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굳이 보험수리적으로 설정될 필요 없어" 비판
심상정 "수지불균형 개선해야 소득대체율도 논의가능" 반박
"개혁 미룰수록 미래세대 부담 커져"
정치권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여겨지는 연금 개혁안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첫 신호탄을 쐈다. 여야 대선후보 중 처음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내걸자 노동계에선 공적연금을 약화하고 사보험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반발이 뒤따른다. 심 후보는 조만간 공개토론을 마련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1998년 수준(직장 가입자 기준)인 현행 보험료율(9%)을 3~4% 포인트 높여야 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을 23~24%에서 3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액이 많아 수지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문제를 심 후보는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받는 급여에 비해 내는 기여가 낮아 수지 불균형이 무척 크다. 지금 상태를 그대로 두면 미래세대는 수지 불균형 문제와 초고령화 부담을 함께 지게 된다"며 "비록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국민 여러분께,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제도라는 특성상 보험료-급여의 관계가 굳이 보험수리적으로 설정될 필요 없다는 점 △보험료율 인상은 청년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 △적정노후소득보장 기여에 대한 문제의식 부족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한노총은 "한국노총 또한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국가가 충분하고 적절한 수준으로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되었을 때 의미가 있다. 충분한 노후보장에 대한 약속 없이 보험료율만 올리겠다는 것은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대선후보가 할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연금 관련 시민단체가 모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도 8일 성명서를 통해 "심 후보는 수지균형의 관점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보다 보험료율을 인상을 먼저 언급했다"며 "재정안정에 치우친 논의를 하는 것은 국민연금 제도 신뢰를 약화하고, 세대갈등 프레임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 공약에서도 실질적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며 "정부의 지원을 확대해서 실제로 지급 받는 국민연금액을 높이겠다.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은 저의 변함없는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며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노후안정과 재정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선 보험료 인상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수지 불균형 문제를 개선해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논의도 진전될 수 있다"며 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빨라진 고령화와 코로나, 기후위기 등 외부요인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면서 "과거와 같은 고속 경제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의 기반이 되는 사회경제 전망도 재검토돼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보험료 수입 외에도 인구증가, 경제성장, 노동생산성 증가 등 제도외적 선택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한국노총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개혁을 미룰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이 증가하고, 공적 연금의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은 단번에 끝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과제"라며 "조만간 공개적인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겠다.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토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