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 구조조정 '영 순위'는 TPA 업체(?)

입력 2009-02-21 15:09수정 2009-02-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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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증설 마무리·수출수요 감소로 석유제품 가격 하락 불보듯

석유화학업계가 조만간 2단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석유화학업종에 대해 사업교환과 품목별 통합 등을 통해 자율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운데다 최근 글로벌 수요 부진 등으로 동부하이텍이 울산공장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간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과 중동의 석유화학시설 신증설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본격 생산을 앞두면서 대내외적으로 석유화학업체들이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급감과 중국과 중동의 석유화학시설의 공급량 증가로 인해 하반기부터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경쟁력이 급속히 낮아질 것이며 이에 따른 2단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테레프탈산(TPA)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폴리스틸렌(PS)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0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폴리에스테르 등 섬유 원료로 사용되는 TPA는 태광산업, KP케미칼, 삼남석유화학, 효성, SK유화 등 6개 제조업체가 생산하고 있으며 매년 수백억원씩 적자가 쌓이고 있다. 특히 TPA사업구조가 내수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수출에만 의존하고 있어 최근 세계 수요 가소로 인해 기업들은 고사 직전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TPA업체들의 경우 내수기반이 전혀 없는 만큼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는 자율구조조정을 통해 사업구조를 합리화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업체간 논의가 심도있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S 역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동부하이텍은 PS와 스틸렌모노머(SM) 조업을 중단하고 울산공장을 매물로 M&A 시장에 내놓았으며 최근 유화사업부 종업원 전원에 대해 6개월여의 유급휴직 조치를 단행했다.

아울러 중국과 중동지역의 석유제품 공급이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구조조정 논의를 앞당기고 있다.

이을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중동의 설비 증설이 예정보다 크게 늦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설비의 가동으로 인해 수출수요가 감소하고 공급량 증대로 아시아지역 내 석유제품 가격 약세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말 완공된 중동지역 설비 신증설물량(2009년 600만t, 2010년 400만t 등 총 1000만t)이 올해 2분기 이후 역내 유입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 및 중국 수요 부진 등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겹치면서 올해 이후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정리할 사업은 빨리 정리하고 합칠 사업부는 합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석유화학업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합병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 1월 롯데대산유화 합병을 마무리 지은데 이어 계열사인 KP케미칼의 흡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KP케미칼의 주식을 51.3% 보유하고 있다. 롯데대산유화와 달리 KP케미칼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합병비율 산정, 주주동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화학계열사들의 독자생존을 위해 합병을 고민하고 있다"며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석유화학업계에는 LG, SK, 한화, 롯데 등 대형 그룹사들이 다수 진출해 있어 기존 사업에서 손을 떼기가 어려운 만큼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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