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람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8년 2월 이후 많은 이들은 꽤 오랫동안 ‘영미 영미’를 외치며 진기명기에 가까울 정도로 컬링 스포츠를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면서 즐거워하였다. 조리용품인 프라이팬은 물론 로봇 청소기와 여행용 트렁크 가방, 심지어 요강은 본래의 용도가 아닌 놀이의 도구로 거듭났다. 무엇보다도 일명 ‘영미 패러디’ 현상은 스포츠의 어원이 라틴어 ‘desportare(옮긴다)’와 ‘desporter(기분전환)’ 임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몸의 움직임이라는 감각적 즐거움, 움직임의 원리와 양식을 깨닫는 즐거움, 움직임의 테크닉에서의 즐거움, 몸과 정신의 온전한 일치 또는 몰입의 즐거움, 한계의 초월과 외부와의 일치에서 오는 즐거움이라는 스포츠의 즐거움을 ‘영미 패러디’ 현상에서 많은 이들이 체험하였을 것이다.
한편, 2010년과 2014년 세계 많은 이들은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을 통하여 스포츠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스포츠인에게 경외감을 표하였다. 아이스링크 위에서 스케이트와 한몸이 되어 속도와 리듬, 높이와 균형을 통해 표현되는 신체 움직임의 아름다움은 아마도 모든 이가 직관적으로 감각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굳이 신체미와 운동미, 동작미와 형식미, 조화미와 리듬미라는 딱딱한 개념과 원칙으로 재단하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은 피겨스케이팅 바로 그 순간, 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이성적 판단에 치우치지 않고 바라보면서 아름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많은 이들은 피겨스케이팅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 현장의 생동감에 대하여 선수에 대하여 이웃 관중에 대하여 감정이입을 경험하면서 누구의 지시도 없이 동시에 환호와 한숨을 짓는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4분의 연기를 마치면서 눈물을 흘리던 한 선수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함께 흘린 눈물의 의미는 여러 차원의 감정이입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국가대표’에 등장하는 스키점프 선수들의 내러티브는 스포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정성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애초에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이 애초에 인식한 스키점프는. 스포츠 철학 또는 스포츠 윤리학에서 의미하는 스포츠, 즉 그 자체의 가치와 탁월성을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적·문화적 실천은 전혀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이익 성취가 목적이었을 뿐이었다. 스포츠 자체의 가치, 가령 공정성과 탁월성 수련에 대한 이해는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에 대한 내러티브를 통하여 스포츠의 진정성, 또는 스포츠인의 자기진정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불리한 사회적·물리적 환경에서 스포츠 참가자들 각자가 자기자신에게 진실되게 최선을 다하였을 때, 그 과정은 물론, 패배라는 결과조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동계올림픽은 또 우리에게 어떠한 스포츠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그리고 동계올림픽이 또 하나의 계기가 되어 보다 많은 이들이 스포츠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저소득 아동·청소년과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교육 이용권 사업이 보다 공평하게 많은 이들을 포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인 맞춤형 운동 바우처 사업과 지역주민을 위한 스포츠 사회적 기업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누구나 알 수 있고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