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은행 사이버 리스크에 취약…디지털 경쟁력 강화"

입력 2022-01-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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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로부터 의미 있는 데이터 받고 있지 않아…'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은행연합회)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이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에 은행권이 철저한 대비를 하는 반면 급격한 디지털 전환(DT)에 따른 ‘사이버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사상 초유의 사이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선 은행권의 데이터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에 가로막혀 위험에 대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 회장은 26일 유튜브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와 중국 경기 둔화 등 올해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기 요인에 대해 “은행권은 현재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고 있다”라며 “미국에 비해 적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손충당금에 더해 대손준비금까지 쌓고 있어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회색 코뿔소 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급격한 디지털 전환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라고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 보안, 개인 정보보안은 물론 메타버스나 가상자산업 등 기존 없던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며 “핀테크 등 제 3자와의 협업 모델이 크게 늘어난며 예기치 못한 외부리스크가 은행권으로 전이되거나,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른 신뢰성, 공정성, 소비자 보호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대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은행권이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고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개인화된 개인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데이터”라며 “하지만 현행 규제 체계상 은행은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하기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빅테크는 전자금융법, 인터넷은행법으로 금융업에 진출하며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모두 확보할 수 있지만, 은행은 비금융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최근 도입된 마이데이터 제도 역시 은행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이데이터 제도에서 은행은 송금 동기까지 포함된 금융거래정보를 (빅테크에) 제공해야 하지만, 빅테크의 상거래 정보는 대분류, 이마저도 기타로 처리돼서 의미 있는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마이데이터 제도를 개선해야 공정한 경쟁 기반에서 은행도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 회장은 대선 후보들에게 “우리나라 은행업계는 데이터·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금융·비금융 서비스 융합을 통해서 ‘금융의 넷플릭스’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의 생활서비스 진출이나 각종 데이터 활용을 제약하는 규제에 대한 개선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제언했다.

특히 김 회장은 금융당국이 은행의 겸영·부수 업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부수업무는 여수신 등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연관성 판단 기준을 더욱 좀 완화해서 플랫폼 사업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은행의 핀테크나 생활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비금융회사에 대한 15% 출자제한도 완화해서 앞으로 은행이 본격적으로 금융과 비금융을 융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국민께 선보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은행의 겸영업무와 관련해서는 “신탁ㆍ일임 등과 같이 각종 자산관리업무에 대한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가상자산업도 겸영업무에 추가하는 등 은행의 소위 말하자면 종합자산관리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건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기존 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거듭 개진했다.

그는 “기존 시중은행이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이 수행하는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시중은행에 새로운 업무 범위를 추가로 열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기존 은행이 타깃 고객층에게 애자일하게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 전략상 별도의 조직을 설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취지로 이해해달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은행연합회 이사회 진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기 위해 연합회 정관을 개정해야 해서 인터넷은행은 물론 다른 사원 은행, 주무관청도 검토 중”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수성 고려해 최근 신설한 디지털 금융담당 조직을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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