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판매사에 면죄부(?) 주는 지침서

입력 2009-02-19 09:14수정 2009-02-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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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통합법이 지난 4일 시행되면서 갖는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이전과 달리 불완전 판매 해소를 통한 투자자 보호 대책을 한층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통법이 시행된 지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제도의 정착은 커녕 제도를 이해하는 것과 관련해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마련한 '투자권유 관련 업무 처리에 대한 해설 지침'으로 더욱 가중된 모습이다.

금투협은 최근 자통법 시행으로 강화된 투자자 보호장치가 실제 창구에서 적용되는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투자권유 절차 및 방식과 관련해 업계 실무차원의 문의가 발생함에 따라 이같은 해설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설 지침이 지나치게 판매사 위주로 해석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향후 투자와 관련된 분쟁 발생시 판매사에게 면죄부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권유의 적용 범위 부분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매매나 계약 체결의 권유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단순한 상담 및 금융투자상품 안내는 투자 권유가 아니라는 부분에 있어 논란의 소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고객이 상품 가입을 위해 받는 투자 성향 파악과 상담 및 판매사의 상품 안내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

아울러 고객이 이러한 설명을 듣고 나서 펀드 가입서에 서명만 하면 해당 상품에 대한 이해와 모든 투자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을 의미해 투자자 입장에서도 최종 '사인'에 이르기까지 뒷맛이 개운치 않을 수 있다.

시중 증권사 일선 영업점 창구의 판매사들은 현재 고객들에 대한 투자성향 분석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산정, 투자 상품 권유에 따른 향후 분쟁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투자자 한 명이 펀드에 가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무려 1시간에 달하고 고객 투자 성향의 파악과 유형을 분류한 뒤 적합한 펀드를 추천했더라도 정작 투자자가 원하는 상품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겠다고 요청해도 부적합한 상품을 소개할 수 없다는 확인서를 내밀며 고객과 판매사간 언성이 오고가는 풍경을 요즘 점심시간 은행이나 증권사 영업점에서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쯤되면 자통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금투협이 만들어 낸 투자권유 해설서 지침이 정작 투자자들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금투협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투자권유 업무 처리와 관련된 해설 지침은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이 펀드 등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적용하는 것으로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불완전 판매 해소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았던 셈이 됐고 지침을 시행하기 전부터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아쉬울 따름이다.

투자자들의 목적과 성향에 맞는 올바른 상품을 제공하고자 판매사와 투자자들을 위해 만든 업무 지침이 자칫 판매사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 투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불완전 판매 해소를 통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게 자통법이 갖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이같은 업무 지침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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