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고 또 줄고'…정부 일방통행식 지정에 누더기 된 '8·4대책'

입력 2022-01-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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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공급 엇박자
서울시 "800가구가 적당"
과천청사 유휴부지 백지화
태릉골프장도 개발 불투명
정부 일방통행에 갈등 확산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정부가 수도권 대규모 공급대책을 '호언장담'한 8·4대책이 표류하고 있다. 특히 서울 용산과 강남, 태릉, 경기 과천시 등 핵심지 주택공급 계획은 공급 규모가 줄거나 아예 취소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대책 발표 당시부터 해당 지자체와 주민 의견수렴 없이 발표된 터라 공급 예정지역 지자체와 정부 간 갈등은 확산될 전망이다.

2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 내 8·4대책 주요 주택공급 지역은 지자체 반발로 공급계획이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 당장 강남구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급하려던 3000가구 공급 계획은 '반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류훈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20일 “서울의료원 부지에 3000가구를 공급하는 기존 계획은 비현실적이라고 본다”며 “2018년 서울시가 발표했던 800가구가량을 공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는 2020년 8·4대책 발표에서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공주택 3000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강남구는 대책 발표 직후 공공주택 공급 계획에 반발했고, 서울시 역시 1년 반 만에 입장을 바꿔 3000가구 공급 계획을 뒤집은 것이다.

류 부시장은 8·4대책 당시와 입장이 달라진 데 대해 "당시 권한대행 체제인 시로서는 (정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발표에 국토부는 다급히 해명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의료원 부지 내 공급 축소 관련 의견에 대해서는 정부와 서울시 간 협의가 필요하며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며 "정부는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당초 발표한 8·4대책 수준에서 주택공급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지속해서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서울의료원 부지뿐만이 아니다. 앞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CC) 부지와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용산 캠프킴 공급 계획도 지자체와 주민 반발 끝에 백지화되거나 공급 규모가 줄었다.

정부는 8·4대책 당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약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천시민은 물론 과천시까지 반대하자 지난해 6월 이를 백지화했다. 결국, 정부는 과천지구 등 대체지를 용도변경해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 노원구 태릉CC 부지는 주민 반대가 계속되자 애초 1만 가구 공급계획을 약 7000가구로 줄여 추진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문화재청 심의 등을 이유로 올 상반기 예정된 지구 지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용산정비창과 캠프킴 부지 역시 대규모 주택공급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용산정비창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성에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용산정비창에 1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지만, 서울시는 주택 공급 규모를 줄이고 업무시설 확충에 초점을 맞춰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용산구는 용산 캠프킴 부지를 상업지역으로 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내놨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캠프킴 부지 내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고 있어 정부의 설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렇듯 정부와 지자체 간 주택공급 계획 ‘엇박자’는 예고된 사태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방자치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이라며 “애초에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주민 동의 확보가 최우선됐어야 하는데, 주민들을 설득할 방안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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