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부담ㆍ정치권 압박에…마일리지 덜어내는 항공업계

입력 2022-01-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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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항공사에는 부채…통합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 필요ㆍ정치권 움직임은 큰 부담

▲대한항공 보잉787-9 (사진제공=대한항공)

항공업계가 마일리지 소진을 유도하기 위해 제휴처를 확대하는 동시에 편리한 사용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를 줄여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도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 발표를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이마트와 제휴해 이달부터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 구매 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나 앱에서 사전에 1400마일을 차감해 바우처를 발급받으면 최종 결제 금액에서 1만 원을 할인받는 방식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삼성전자와 협업해 마일리지로 TV, 냉장고 등의 전자제품을 할인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한진광광과 손잡고 서울신라호텔, 포시즌스호텔 서울, 부산 파크하얏트, 강릉 씨마크호텔 등 4곳의 숙박권을 마일리지로 판매했다.

제휴처를 확대하는 동시에 마일리지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도 개선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복합결제 서비스인 ‘캐시 앤 마일즈’를 도입해 항공권 구매 시 최소 500마일부터 항공 운임의 20% 이내에서 고객이 원하는 만큼을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제휴처를 늘렸다. 아시아나클럽 ‘마일리지 사용몰’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최근에는 기내 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매할 때 가족의 마일리지를 합산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사용 유도는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마일리지는 항공사 입장에선 갚아야 할 부채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부채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부채를 줄여야 통합 이후의 재무 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통합 후 두 회사의 마일리지를 합치는 과정에서 고객의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어 최대한 마일리지를 사전에 덜어내야 할 필요도 있다.

항공사는 정확한 마일리지 규모를 공개하지 않지만, 회계 장부의 이연수익으로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이연수익은 최초 매출 거래 시점에 마일리지 금액을 수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추후 마일리지 소진 때 인식되는 수익을 뜻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2조5529억 원에 달했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 이용객이 줄어들며 마일리지 사용량도 함께 감소했고, 덩달아 항공사의 부채도 늘어난 것이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한몫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미래경제위원회는 최근 항공사 마일리지와 관련한 개선책을 공약으로 확정했다. 미래경제위는 소비자가 자신의 마일리지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동의 없이 마일리지가 없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이를 위해 항공사에 마일리지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도 요청했다.

항공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언제 소진될지 모르는 부채를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사용기한은 10년이다. 이는 외항사보다 길다. 일본항공, 루프트한자, 싱가포르항공 등 경쟁사의 마일리지 사용기한은 3년으로 설정돼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이 재개돼야 마일리지 사용량도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사용기한인 10년도 항공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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