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관련 종목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증시를 이끌며 ‘간판 스타’로 떠올랐지만 연말 연초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수급 불안, 주가 과열 우려, 소재 경쟁 격화 등이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자동차는 더 많이 팔릴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바꾸지 않았다. 다만 실적과 주가 수준을 고려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2차전지 관련 종목은 우하향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완성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가 9.30% 내렸고, 실리콘 음극재를 만드는 한솔케미칼은 8.39% 하락했다.
2차전지 소재 종목의 낙폭은 더 컸다. 양극재 회사인 포스코케미칼은 17.14%, 에코프로비엠이 19.60%, 엘앤에프가 16.99% 떨어졌다.
같은 기간 SK아이테크놀로지(-5.47%), 천보(-14.15%), 엔켐(-16.54%), SKC(-19.19%), 일진머티리얼즈(-13.23%) 등도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한 해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 랠리에 올라탄 것과 대조적이다.
주가가 조정받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당장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수급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예상 시가총액이 70조~100조 원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어다.
2차전지 대장인 만큼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투자 바구니에 새로 담아야 한다. 그만큼 자금 유출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개별 종목과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란 얘기다.
이와 함께 그동안 주가가 치솟은 데 따른 고점 논란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 주가는 2024년 성장 가치를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높은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2차전지 관련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재 경쟁 등이 불거지면서 2차전지 관련 업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부터 폭스바겐, 다임러 등은 기본형 제품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의 주력 제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밖에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추진, 반도체 부족에 따른 전기차 시장 축소 전망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관련 업종의 주가가 부침을 겪더라도 성장성은 변함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원은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판매 전망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세계서 92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2차전지의 성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비중확대 전략을 추천한다”면서 “시가총액 키 맞추기가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은 세부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소재 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재료 가격이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구간에 소재 업체는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당분간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차전지 회사의 잇따른 분할, 리콜 논란 역시 소재 업체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