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KTF 합병 반대하다 입장 바꾼 이유

입력 2009-02-17 08:44수정 2009-02-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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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산없는 반대' 대신 '얻을 것은 얻어내자'로 방향 전환

KTㆍKTF 합병 자체를 절대 반대해온 SK텔레콤이 공개적으로 합병인가 조건으로 'KT 필수설비 구조분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양사 합병이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에서 SK텔레콤 전략이 "승산없는 반대"를 포기하고 대신 "얻을 것은 얻어내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6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통신시장 환경변화와 통신사업자 합병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KT의 KTF 합병인가 신청을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여야 정책토론회에서 SK텔레콤은 기존과는 다른 뉘앙스의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날 패널로 참가한 SK텔레콤 이영희 CR전략실장은 KTㆍKTF 합병의 전제조건으로 사실상 'KT의 필수설비 중립화'를 요구했다.

이형희 실장은 "KT는 경쟁사들의 요구가 없어 필수설비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논리는 반대로 설비가 중립화된 상태에서는 빌려줘도 무방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필수설비가 중립화되면 관로가 없었던 사업자들의 투자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특히 "KT가 필수설비에 경쟁할 만한 대체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기업 시절부터 소유한 KT 필수설비는 타 사업자가 중복해서 구축하기 어렵다"며 "관로·전주 등은 유선전화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IPTV 등 방통융합서비스에 대해서도 필수설비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또 "가입자공동망활용제도(LLU) 등을 통해 KT의 필수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으로 강제하고 있지만 KT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설비이용 거부율이 86%에 이를 정도로 KT의 필수설비를 쉽게 이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절대 불가"를 외치던 SK텔레콤측의 공식 입장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수 있다.

그동안 LG통신그룹은 '허용이 불가피할 경우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SK텔레콤은 줄곧 KTㆍKTF합병과 관련해서 공식입장은 "합병 자체의 절대 불가"였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달 20일 통신시장의 올바른 시장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확대하기 위해 'KTㆍKTF합병 반대' 의견을 담은 건의문을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날 제출한 건의문에서 "KTㆍKTF합병으로 인한 경쟁 제한성 심화, 방송통신산업 발전의 제약, 이용자 편익 및 사회후생의 저해 등을 고려할 때 합병은 절대 허용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정만원 사장 역시 다음날인 21일 을지로 본사에서 가진 기자감담회에서 "KTㆍKTF가 합병하면 통신시장에서 본원적경쟁이 사실상 실종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 사장은 또 "지금의 통신시장은 비상사태"라며 "필수설비를 독점한 KT가 이동통신 2위 기업인 KTF와 합병을 통해 독점적 거대 사업자가 되겠다고 공식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 사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합병에 반대한다"며 "시내망 분리 등은 예전부터 요구한 것으로 합병을 찬성하는 조건은 아니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패널들은 사실상 KTㆍKTF 합병인가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채 인가조건에 대한 토론에 집중했다.

이호영 한양대 교수는 "모ㆍ자회사간 결합은 경쟁법상 문제 삼는 기업결합은 아니고 약식심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KT 필수설비 분리 요구에 대해서는 "경쟁사들이 경쟁적 열위에 놓여있다는 것만으로 KT의 필수설비 분리 요구는 쟁점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내찬 한성대 교수는 "과거 SK텔레콤ㆍ하나로텔레콤의 결합 시 시장지배력의 원천을 주파수로 본 것처럼 KT의 가입자선로가 지배력의 원천으로 볼 수 있느냐, 또 결합상품으로 인한 지배력 전이의 메커니즘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사실상 지배력전이를 방지하기 위한 인가조건에 무게중심을 뒀다.

최선규 명지대 교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쟁동력이 사라지면서 통신시장이 정체돼 있다"고 전제하고 "KTㆍKTF 합병이 내부보조로 남는 자금을 활용해 요금경쟁이 아닌 단말기 보조금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인가조건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신종원 YMCA 시민사회개발부장은 "KTㆍKTF 합병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다만 KT가 주장하는 합병의 당위성이나 이를 반대하는 SK텔레콤의 입장에도 소비자적 관점이 빠져 있어 이를 명료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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