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분간 연설 통해 감성으로 호소
젊은 세대 강조하며 선거 승리 외쳐
의원들, 발언 중간 항의…박수도 일부만
발언 끝에는 말 못 이으며 한숨도
당내에서 사퇴 압박을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들을 향해 자세를 한껏 낮췄다. 이 대표는 최근 사태에 관해 사과하며 선거 승리를 위해 젊은 세대를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의 발언 도중 항의하는 등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6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 앞에서 30여 분간 연설에 나섰다. 앞서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의총 참석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비공개가 아닌 공개 의총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후 원내대표단이 공개 의총을 결정했고 이 대표가 고심 끝에 의원들 앞에서 발언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의 연설 내내 의원들의 반응은 쌀쌀했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자 당내에선 이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사과 의사를 밝히며 의원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냉정하게 오늘의 현실을 되짚어보면 10% 차로 뒤지는 여론조사를 곳곳에서 경험하고 있다"며 "이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운하신 점이 있다면 저에게 많은 질책을 가해달라"며 "당장 윤 후보부터 당 대표인 저까지 각자 위치에서 많은 노력을 하지만 그에 비해 안 좋은 결과가 나온 데에 대해 책임 있는 당직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문제처럼 안타까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0·30세대의 표심을 강조하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는 "정권교체의 여론이 가장 높은 젊은 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우리 입으로 대신 이야기해주고 정책을 만들 때 그들은 가장 강하게 호응했다"며 "젊은 세대가 만들어놓은 공간 속에서 많은 자료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부모 세대에게 전파되는 방식으로 (여론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현재 상황이 위기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 대부분은 20·30표인 것을 알 것"이라며 "단순히 개인이 책임감에 의해서 복귀하는 모양새보다는 당이 다시 젊은 세대가 지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해서 그들이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과연 2주 동안에 무엇이 바뀌었냐"고 일갈했다.
그는 "지금 본질은 이준석의 사과와 반성을 시작으로 해서 젊은 세대가 다시 우리 당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간의 인재영입에 있어서 다소간에 소통이 부족했다고 하면 제가 사과해도 된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그런데 지금 중요한 것은 그들이 바라는 것은 대변화"라며 "저는 할 수 있다. 할 의향이 있고 저는 그렇게 살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날 본인이 언급한 '연습문제'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제가 마케팅용을 쓴 것"이라며 "연습문제라고 익살스럽게 표현을 했다. 그 표현이 부족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불만을 드러내며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제 의도대로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제가 표현을 정확하게 고르지 못한 불찰일 것"이라며 재차 자세를 낮췄다. 또 "후보는 항상 우리 당의 최고 지도자로서 주변 사람이 만들어준 분위기 속에서 가장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여러 개의 판을 펼쳐야 되는 것"이라고 윤 후보를 치켜세웠다.
발언 끝에는 몇 초간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준석이 바꿔야 할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시라"며 "승리를 위해 같이 싸워주시라. 지지층과 싸우지 말고, 이준석과 싸우지 말고, 후보자와 싸우지 말고, 우리의 안 좋은 모습과 싸워주시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한 후 "우리가 민주당보다 못한 게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저는 여한이 없겠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저는 여한이 많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어 "여기 계신 의원님들 한 분 한 분 다 이제 우리가 선거를 지면 당이 해체된다는 생각으로 오직 그것만 생각해주시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의 연설이 끝나자 일부 의원들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의원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비공개 의원총회를 통해 이 대표와 의원들 간 무제한 토론을 할 예정이다. 윤 후보 역시 의총에 참석해 이 대표와 만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