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J커브의 효과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아프카니스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임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여 기후를 보호하고자 한다. 지구의 기후를 보호하는 것은 인류가 미래에도 생존을 보존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럽집행위원회 의장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지구를 남겨주기를 원한다. 또한 인간의 본성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가 미래에도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은 가능할 것인가? 많은 나라들이 경제시스템을 탄소중립적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경제적 번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사용하는 석유, 석탄, 가스 등을 일시에 퇴출시키면 가계와 기업, 국가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생산라인과 공장 전체가 쓸모없어지게 될 수도 있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경제도 탄소중립적으로 전환하려면 반드시 일부 산업은 희생해야 하고 일부 산업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 파사니 페리는 오늘날 기후정책과 미래의 번영 간 관계를 깊이 연구했다. 그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경제가 탈탄소화에 드는 비용과 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평가하였다.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함께 했던 페리는 경제 전반에 걸친 이산화탄소(CO₂) 세제의 영향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에 대한 세금(탄소세)은 기후정책상 가장 실용적이며 효과적인 수단이다. 탄소세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석유, 석탄, 가스 등을 태우는 비용은 더 많이 들 것이다. 결국 탄소세는 기후에는 좋지만 경제 전반에 부담되며, 이로 인한 석유가격 파동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페리는 일관된 기후정책으로 인해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 상황과 1973~1974년의 석유위기 당시의 상황을 비교한다. 그 당시 중동의 석유 생산국들은 수출을 급격히 위축시켰으며, 그때까지만 해도 현저히 싼 원자재가 바로 70% 이상 더 비싸게 되었다. 페리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 경제에 마이너스 3.6%에 해당하는 공급충격을 가한 것과 동일하다고 한다. 이러한 충격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불황을 촉발시켰다.
오늘날 우리가 다루는 기후정책의 경우에도 경제학자들은 모델 계산에서 비슷한 수치를 얻는다. 만약 이산화탄소 1톤에 75달러의 세금을 부과한다면, 오늘날 세계총생산은 그 충격으로 2.7% 감소하게 된다. 탄소세로 톤당 100달러가 부과된다면, 세계총생산은 4.1%만큼 감소하게 된다.
현재 이산화탄소에 대한 세금은 국제적으로 평균 10달러 정도 부과되고 있다. 독일은 2021년 초부터 가솔린, 디젤, 중유 및 가스 등에 대한 탄소세로 톤당 25유로를 부과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탄소세 부과가 즉각 1974년처럼 경기침체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현재 상황은 당시와는 다른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그 당시에는 급격한 석유가격 상승으로 막대한 달러가 중동의 석유부국과 왕족들에게 흘러 들어갔고, 이러한 대규모 자금(유동성)은 한동안 경제순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대규모 유동성이 사라지면서 세계적으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어 경기침체가 발생하였다.
이에 반해 탄소세금 부과에 따른 세금수익은 당사국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그 자금을 사회보장제도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이는 1970년대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대안이지만, 기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결국 재생에너지, 수소 및 원자력에너지를 적절하게 조합해야 탄소중립화라는 원대한 목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어떤 정부든 탄소중립화를 위한 기후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려면 목표까지 험난한 사회적·경제적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뚜벅이처럼 쉬지 않고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