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개발 투자 적기(?)…문제는 '돈'

입력 2009-02-16 08:24수정 2009-02-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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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가중에 사업추진 쉽지 않아"

최근 세계금융위기와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유전이나 광산이 저렴한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살 엄두도 못냈던 유전과 광산이 최고 50%나 싼 가격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해외 석유개발기업이나 유전 및 광구 등에 대한 인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민간기업들은 중소 규모의 석유개발기업들의 유전이나 광구, 심지어 유량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자금부담이 덜한 공기업을 제외하면 실제로 사업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16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해외 유망 유전 및 광산이 저렴한 매물로 나오고 있다. 지역별, 광구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최고점 가격 대비 20~50%가량 낮은 가격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들어서 국내 기업들의 자산 및 유전 매입이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달 21일 카자흐스탄 잠빌 광구 개발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 국내 7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카스피해 해상 잠빌 광구의 지분 27%를 8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 해상광구의 추정 매장량은 우리나라가 한해 수입하는 원유 8억7000만 배럴보다 많은 10억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석유공사 역시 페루의 석유개발기업인 페르로텍을 지난 6일 인수·합병(M&A)했다. 총 인수가격은 9억달러로 지분률은 한국석유공사와 콜롬비아 국영석유공사 에코페트롤이 각각 50%씩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와 원유가격 하락으로 세계 석유개발기업들이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15~36% 가량 줄이고 있어 석유개발 기업 인수 및 자산거래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의 오일샌드 개발회사인 페트로 캐나다와 미국 5위의 석유회사 헤스는 올해 투자비로 전년 대비 각각 36% 줄인 36억9000만달러와 31억달러를 책정하는데 그쳤다.

미국 파이노니어(Pioneer)사는 올해 투자규모를 지난해 대비 30~60% 축소할 계획이다. 특히 탐사투자는 60% 정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캐나다의 페트로 캐나다는 전년대비 36% 감소한 39억6000만달러, 넥센은 15% 축소된 21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투자를 줄이지 않는 석유개발회사들은 자금이 풍부한 엑손모빌과 셸, BP, 코노코필립스, 셰브론 등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기업의 자금을 끌어들여 해외자원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석유공사나 광물공사 등 공기업을 통해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중에서 남아도는 자금을 끌어들여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정부도 필요에 따라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다양한 정책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업의 현실을 알지 못하는 정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자금이 있지만 각종 지표들의 변동폭이 큰 상황에서 자산인수를 위한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기 쉽지 않은데다가 환율 상승과 유가 하락추세 등을 감안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문이 많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금융경색이 지속된다면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쉽게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며 "개별 기업차원에서는 자금에 여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룹 전체의 유동성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의 신용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적극적인 자산 인수 및 인수합병을 가로막고 있다. 석유공사도 페루의 페트로펙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해외자금을 조달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용경색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유동자금 확보에 나서 실질적으로 자산 인수 등이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원·달러 환율 상승도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국제유가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면서 유전이나 광물의 가격이 높았던 때와 비교해 봤을 때 환율이 높아져 실질적으로 인하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14일 원·달러 환율이 1003원이었으나 2월12일 현재 1404원으로 40% 이상 올랐다. 광구 등 자산매입 가격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지불해야 하는 돈은 큰 차이가 없게 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A기업 고위 관계자는 "유동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국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적합성을 볼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리고 환율이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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