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올리자니 물가 걱정…뿔난 농심에 고민 깊어지는 정부

입력 2021-12-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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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과잉생산 시장 격리 요구" vs 정부 "좀 더 상황 봐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농민 무시하는 민주당 규탄대회'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농민들이 민주당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사실상 쌀값을 올려달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어어 물가안정 조치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2000톤으로 지난해 350만7000톤에서 10.7% 증가했다. 쌀 생산량은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다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에는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52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농민들은 수요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풍년이 반갑지만은 않다. 정부가 추정하는 올해 쌀 수요량은 357만~361만 톤으로 최대 31만 톤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공급 부족이 1년 만에 공급 과잉으로 돌아섰다.

이에 농민들은 초과 생산량의 시장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양곡관리법 시행령·고시를 제·개정해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면 초과생산량 범위에서 정부가 매입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쌀 수급을 위한 안전장치이긴 하나 이미 올해 초과생산량은 7~8%에 달한다.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나란히 쌀값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도 쌀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쌀값이 하락세인 것은 사실이고,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일부 오른 곳도 있고,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필요한 시기가 되면 즉시 (시장격리를) 시행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물가 안정을 고심하는 기획재정부는 쌀 시장격리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오히려 쌀값을 포함한 다른 물가를 두고 연말에 집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12월 중 유가, 달걀, 쌀 등 생활밀접 물가의 안정적 관리에 신경 써달라"며 "특히 내년 2월 초 설물가 안정을 위해 지금부터 범부처 물가대응TF를 구축, 가동시켜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쌀 시장격리 요건 하나는 전년 대비 쌀값이 5% 이상 하락한 때고, 아직 그 정도로 하락하지는 않았다"며 "가장 최근인 2017년과 비교해 쌀값은 아직 2만 원 가량 비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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