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을 돌린 주식 투자자 ‘서학개미’가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은 테슬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벳과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기술 종목을 담고 보잉, 장난감업체 해즈브로는 비중을 축소, 자산 구성을 바꾼 것으로 집계됐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해외 주식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순매수액은 25억113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30억171만 달러)에 이어 올해도 서학개미의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2위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6억8985만 달러)이 차지했다. 뒤이어 나스닥지수를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6억7866만 달러), 애플(6억5072만 달러)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메타는 사명을 바꾼 뒤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 10위권 밖에 있던 메타는 올 들어 5위를 기록했다. 순매수액은 6억1966만 달러로 나타났다.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인 메타버스에 올라탄 효과가 그대로 반영됐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메타버스가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는 메타의 새로운 도전에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메타는 36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 콘텐츠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존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연결’을 ‘메타버스 내 연결’로 확장할 가능성을 지녔다”라고 판단했다.
서학개미가 메타와 함께 장바구니에서 비중을 늘린 종목은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이었다. 올 들어 순매수액 4억3129만 달러로 상위 10위에 올랐다.
ASML은 반도체 노광장비 시장의 85%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노광이란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뜻한다.
이 회사는 특히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시장을 장악한 만큼 기초체력이 좋다. 지난 3분기엔 매출액 52억4100만 유로(약 7조1600억원)를 달성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7억4000만 유로(약 2조3700억원)를 거뒀다.
문준호·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ASML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인 성장, 독점적 지위, 가격 협상 능력 등의 기존 투자 매력이 모두 유효하다”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마이크로소프트(4억8935만 달러), 엔비디아(4억8475만 달러) 등이 각각 8위, 9위로 해외주식 상위 종목을 차지했다.
서학개미의 관심이 멀어진 종목도 있었다. 지난해 아마존(3위), 해즈브로(6위), 니콜라(9위), 보잉(10위) 등이 지난해 순매수액 상위에 있었으나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전저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공급망 차질, 인력 부족, 실적 부진으로 투자 심리가 나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보잉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었다가 심해지기를 반복하면서 서학개미에게 외면받았다. 제조 결함이 발견된 신형 787 드림라이너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악재다.
니콜라는 지난해 ‘사기 논란’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한때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았으나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의 기술은 사기”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추락했다.
한편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확산하면서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액은 지난달 말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500억 달러에 도달한 지난해 6월 이후 불과 1년 5개월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는 2000년대 초반 이후 빠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개인의 관심 확대, 직접거래 편의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