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원관리시스템 구축, 강제력 없어 첫 단계부터 막혀
국세청이 준비 중인 세원관리시스템 구축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로 난항을 겪고 있다. 국세청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거래 데이터를 요청했지만 4대 거래소 중 어떤 거래소도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2월 시스템 구축 용역 만기를 앞두고 반쪽짜리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13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국세청은 11월 말 가상자산 세원관리시스템 구축을 완료, 4대 거래소들에 거래 데이터를 요청했다. 국세청 자체적으로 내부 테스트를 거쳤고, 외부 테스트에 착수하기 위해 데이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 수리가 완료된 4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거래 데이터를 확인코자 했지만 어떤 거래소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데이터 제출에 대한) 강제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당장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과세당국의 사정권에 들어있지 않아서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 데이터 등 개인정보를 넘기는 경우 관련 법이 있거나 공문이 필요하다”라며 “가상자산 과세 관련 법이 정리되지 않아서 거래소에서 넘겨주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지난 4월 가상자산 세원관리시스템 용역을 발주했다. 가상자산 거래자료 제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홈택스를 통해 신고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세청이 가상자산 사업자와 기타 발생처로부터 거래자료를 수집하고, 납세자에게 신고안내 후 납부케 하는 방식이다. 기존 과세 시행일이었던 2022년 1월 1일 전인 12월까지 시스템을 완비한다는 계획이었다. 시스템 활용 첫 단계인 가상자산 사업자로부터의 자료 제출부터 가로막힌 셈이다.
가상자산 과세가 유예됨에 따라 실무 라인의 힘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통해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당초 2022년 1월 1일부터 부과되기로 예정됐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과세가 1년 유예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12월 중순까지 용역 사업을 진행한다”라며 “이렇게 많은 대량 자료들이 국세청 시스템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사업자들은 굳이 테스트를 하지 않고 준용하면 된다”라며 “거래소에 협조 요청을 해놨고 데이터 제출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남은 시간이 충분치 않아 반쪽짜리 시스템 구축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대량의 거래정보들을 시스템에서 소화할 수 있는지, 국세청 홈택스 시스템에 연동 가능한지 검증하고 보완해야 하는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제 자료를 제출받아 테스트를 돌려도 서버 설계 자체를 뒤집어야 하는 문제라면 기한 안에 수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케이뱅크도 업비트의 거래 물량을 소화 못해 서버가 터지는 판인데 잘 돌아갈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