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코, 원주혁신도시 '저가 낙찰의 힘' 적중

입력 2009-02-1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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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외 공사 실적 확보 위해 업계 공생 기조 해치나...비판도 나와

건설업계의 불황이 깊어가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이 모회사인 대형 건설사들이 '덩치'를 활용한 수주에 나서고 있어 건설시장 왜곡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엠코는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일원 강원 원주혁신도시 2공구 단지조성 공사에서 최종 낙찰됐다.

원주혁신도시 2공구 단지조성사업은 총 151만㎡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예정가격은 552억6000만원이다. 여기서 엠코는 375억1133만원으로 예가대비 67.88% 수준에 불과한 초저가로 공사비를 입찰했다.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조달청 등이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경우 예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2007년 이전까지는 75% 이상을 기록하다 건설 불황이 시작된 지난해는 70%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더 나아가 엠코는 이제 67%대까지 예가대비 낙찰가비율을 떨어뜨려 놓은 셈이다.

공공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가 자리잡힌 이후 대형건설사들이 초저가 투찰을 하는 행위는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예가대비 낙찰가 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 경우 대형 부실 공사 우려와 함께 공사에 입찰할 수 있는 사전 PQ심사 자격을 갖고 있는 100위권 내 중소형건설사들이 발 붙일 곳을 없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 원주혁신도시 2공구 조성공사에서 엠코보다 낮은 가격을 써 낸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GS건설은 이 공사에 374억9500만원을 써내 엠코보다 0.05%가량 낮은 최저가 입찰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GS건설은 30개 전공정이 부적정공정으로 파악되면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엠코는 지난 해까지만 해도 저가낙찰에 공을 들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는 엠코의 '부실한 실적'으로 인해 낙찰 가능성보다 입찰 자체에 무게를 실은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엠코는 지난해까지 전체 회사 실적의 85%는 당진제철소 등 현대차그룹 내부의 일로 채운 바 있다. 이는 대형건설사업 입찰을 위한 사전 PQ심사 통과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이렇게 실적을 채운 엠코는 대표이사인 김창희 부회장의 선언대로 올 한해는 그룹외부 일감 수주 목표치를 늘리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엠코의 경우 인력이나 사업수행 능력에 있어 타 대형건설사에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엠코라는 이름으로 얻어낸 그룹 외 공사 실적이 적었던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며 "이젠 업계 20위권의 실적을 갖춘 만큼 저가낙찰을 통해 그룹 외무 일감 규모를 늘리는 것이 당면과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불황을 맞아 중소건설사들이 공공공사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엠코 등 재벌그룹 계열 건설사들이 초저가 낙찰에 나서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공생(共生)을 위해 최저가 낙찰제 폐지나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주택시장 불황을 틈타 공공공사 확보를 위한 대형사들의 초저가 낙찰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말그대로 일단 '버티기'를 한 후 경쟁자들을 무력화시키는 게 목적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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