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채무 증가속도 최고, 빚 더 늘리자는 여당

입력 2021-1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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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앞으로 5년간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작성한 ‘재정점검보고서’에서다. 이 보고서는 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 비율이 66.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말 51.3%보다 15.4%포인트(p)나 높아지는 수치다. 일반정부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비영리 공공기관 채무를 합친 것으로 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팽창된 재정의 긴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지출이 계속 늘어나 나랏빚을 키우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국가채무 증가폭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에서 가장 크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의 채무비율은 같은 기간 평균 139.0%에서 135.8%로 3.2%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대규모로 쏟아부었던 재정을 올해부터 축소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확장재정 일변도다. 작년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4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올해도 1, 2차 추경 규모가 50조 원에 이르고, 내년 예산안은 604조4000억 원으로 총지출 증가율이 8.3%다. 세금 수입보다 지출이 70조 원 정도 많은 적자예산이다. 나랏빚을 늘려 충당해야 한다. 정부 추산으로도 국가채무가 올해 965조 원에서 내년 1068조3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국채 발행 규모는 100조 원을 넘는다.

재정의 부실과 과도한 나랏빚은 경제위기의 방아쇠다. 그럼에도 지금 집권 여당과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전 국민에게 돈을 더 풀자고 한다. 이 후보는 “올해 초과세수가 40조 원으로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며, 국민 1인당 30만∼50만 원씩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뒤진다고 돈이 나오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제동을 걸었지만, 여당은 “세수 여력을 숨기는 정부에 속지 않는다”며 더 나간다.

이런 속임수가 따로 없다. 올해 초과세수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재산세·양도세와, 증시 활황에 힘입은 증권거래세 등의 증가가 차지한 몫이 크다. 정부 예측보다 더 들어온 것일 뿐 빚을 낸 적자로 나라살림을 꾸려나가는 상황은 그대로다. 경제가 나아진 결과도 아니고, 재정의 여력과 거리가 멀다. 세금이 더 걷히면 나랏빚을 갚는 데 먼저 쓰도록 국가재정법은 규정하고 있다. 모르는 게 아니라면 국민들에 대한 의도적 기만이다.

국가채무의 급속한 증가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린다. 우리는 빚을 늘려도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 기축통화국가도 아니다. 선진국 그룹에 올랐다가 무분별한 재정지출 확대로 결국 나라살림이 거덜나면서 위기에 빠진 나라들 한두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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