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대작들, 황당한 PPL…‘K-콘텐츠’ 미래도 위협

입력 2021-10-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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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지리산’ 방송화면 캡처

“깊은 산 속 지리산 대피소 사무실에 유명 브랜드의 샌드위치가 나오는 게 말이 됩니까?”

인기 드라마 작가인 김은희와 배우 전지현 등이 뭉쳐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지리산’이 이번엔 작품의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간접광고(PPL)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리산' '갯마을 차차차' 등 과도한 PPL로 눈살

최근 ‘오징어 게임’의 전세계적인 인기로 한국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빠듯한 제작비로 인해 PPL(간접광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드라마 제작의 현실이다. ‘지리산’ 뿐만 아니라 tvN 인기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또한 뜬금 없는 피자 ‘먹방’으로 인한 과도한 PPL로 논란이 일은 바. 대작들의 황당한 PPL에 K콘텐츠의 미래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방영된 드라마 ‘지리산의’ 일부 장면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지리산’의 PPL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문제가 된 장면은 극 중 지리산 대피소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이다원(고민시 분)이 유명 샌드위치 브랜드의 샌드위치를 먹으며 서이강(전지현 분)에게 이를 권하는 내용이다. 드라마에서는 해당 샌드위치 포장지에 적힌 브랜드 로고와 모양이 잘 잡힌 먹음직한 샌드위치가 여러 차례 그대로 노출됐고 고민시가 이를 맛있게 먹는 모습도 담겼다.

▲출처=‘지리산’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이 장면을 본 네티즌들은 도심에만 있을 법한 샌드위치 가게가 깊은 산속에 있냐며 작품 몰입감에 방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실제 지리산 인근의 해당 샌드위치 가게 지점을 찾아 “지리산 사무실에서 가까운 지점은 72km 거리에 있는 진주점으로 1시간 거리”라고 비꼬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은 PPL이 없는 넷플릭스를 언급하며 “역시 넷플릭스가 미래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주연 배우인 전지현과 주지훈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특정 아웃도어 브랜드 의상을 지나치게 많이 입고 나와 “등산복 광고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아울러 어색한 CG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전지현과 주지훈이 등장하는 지리산 등반 장면이나 태풍으로 불어난 계곡물, 암벽에서 쏟아지는 암석 등이 어색하게 CG 처리돼 몰입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기대를 모은 것과 달리 작품 공개 이후 지적이 이어지자 제작사 에이스토리 주가는 이틀 만에 2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한국 방송계 고질적 문제" 지적도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리산’이 CG 논란에 이어 PPL 논란까지 일자 한국 방송계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제작비 축소와 드라마 제작비 상승 등으로 국내 제작사들은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반면 높은 시청률과 함께 작품성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김은희 작가의 전작인 ‘킹덤’의 경우 글로벌 플랫폼 기업인 넷플릭스에서 제작했다. 정책상 PPL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사가 별도로 외부에서 제작비를 충당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모두 지원한다. 이에 PPL 없이, 시청자들이 온전히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드라마의 PPL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한국방송공사(KBS) 국정감사 때 “(한국방송공사는) 왜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느냐”거나 “우리도 이런 거 해보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오징어 게임’ 같은 이야기를 방송에 담아내기에는 수위가 높을 뿐더러, 넷플릭스에 버금갈 규모의 투자가 되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자본이 아니었다면 ‘오징어 게임’의 탄생은 지금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설령 제작되더라도 제작비 충당을 위한 PPL 장면들의 향연이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드라마 제작 업계에서도 시청자의 PPL에 대한 거부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OTT 사업자들도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을 위해선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국내 콘텐츠 사업자 지원과 보호를 위해서는 토종 OTT를 육성해 시장 경쟁을 유도,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자는 뜻이다. ‘오징어 게임’, ‘갯마을 차차차’ 등 K콘텐츠의 희망을 발견한 지금으로서, 이에 상응하는 정책과 지원이 따라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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