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20주년] 브릭스가 묻는 자본주의의 미래

입력 2021-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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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 자본주의 대두에 선진국 모델 위기
인도는 포퓰리스트 내셔널리즘 전형적 사례
"브릭스, 선진국 문제 비추는 거울 역할"
빈부격차 확대·계급사회 고착 등 자본주의 고질적 문제 있어

▲연도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중국 기여도 추이. 단위 %포인트.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오늘날 세계를 특징짓는 것은 두 자본주의의 상극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러한 평가를 남겼다. 하나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 활동이나 시장 기능이 중시되는 ‘자유 자본주의’이고, 나머지는 중국 등지에서 정치가 경제에 큰 폭으로 개입하는 ‘국가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자유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선진국들은 경제가 발전하면 국가 자본주의에도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결국에는 자유 민주주의가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었다. 브릭스(BRICs)에서 ‘나 홀로 성공’한 중국의 사례는 경제성장이 반드시 민주주의의 성숙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밀라노비치 교수는 인도를 일본 등과 견줘 ‘아시아의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규정했지만, 힌두교 지상주의자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민주주의에는 위험성이 감돌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인도와 터키의 정치 상황을 ‘포퓰리스트 내셔널리즘’의 사례라 칭하기도 했다. 포퓰리스트 내셔널리즘이란 국내에 산적한 문제의 해결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지층을 부추기기 위해 악당을 만들어내고, 글로벌 문제에 대해 세계를 협조가 아닌 대립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또한 국가가 고령화돼 자국 제품의 해외 수요가 필요하게 되고, 줄어드는 노동인구의 간격을 메우기 위해 청년층의 이민이 요구되고 있을 때 세계 시장에 문호를 닫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브릭스로 대표되는 신흥국의 자본주의는 선진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닛케이는 “브릭스를 포함한 신흥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미국을 방불케 한다”며 “신흥국의 포퓰리스트 내셔널리즘은 선진국에 들이닥친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빈부격차 확대와 고착화된 계급사회, 파워 엘리트의 지배력 강화 등도 대표적인 자유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의 고질적 문제와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브릭스가 선진국에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닛케이는 “브릭스 탄생 20주년은 인간으로 비유하면 성인이 된 주요 신흥국을 의미한다”며 “이들 브릭스 4개국의 서구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 아울러 경제가 성숙해지면서 직면하게 된 문제들은 현재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비춰주는 일종의 거울 역할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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