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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톡!] 공서양속에 반하는 특허와 상표

입력 2021-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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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우리 특허법에는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이라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나라 형편과 사회 변화에 따라 그 내용도 달라졌는데 1974년 이전에는 음식물, 여러 약의 혼합제조, 화학제조 물질, 원자핵변환 물질, 그리고 공서양속 위반 발명이 그 대상이었다. 가난하던 시절이라 음식물과 조제약의 독점을 막아야 했고, 신물질을 사용해야 하지만 개발할 능력은 되지 않았던 사정을 반영한 상황이었다. 공서양속이란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을 말하는데, 특허법에서는 공중의 위생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1974년부터 약의 혼합제조와 화학제조 물질도 특허 대상으로 바꾸었고, 1986년 개정법에서는 음식물도 특허불허 발명에서 제외했다. 마침내 1990년에는 원자핵변환 물질도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해서 공서양속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공서양속에 반하는 발명이 어떤 것인지는 법에도 시행령이나 규칙에 정하지 않아서, 특허청의 처분을 두고 특허심판원과 법원에서 다투기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특허로 등록받았더라도 노골적인 성행위 보조기구 등의 발명은 공서양속 위반으로 한국에서 거절되곤 한다. 그렇지만 타인에게 모욕감이나 혐오감을 주지 않는 경우는 특허가 허용되기도 한다. 도박용구도 강제적 금품 지불 수단이 구비되지 않은 발명은 특허등록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화투나 트럼프 카드를 이용한 게임 방법도 공서양속 위반이 아니다. 이 경우 특허에서 판단하는 대상은 도박 자체가 아니라, 이를 구현하는 관련 기술이기 때문이다.

특허와 달리 상표에서는, 상표 그 자체 또는 상표가 특정 상품에 사용되었을 경우 수요자에게 주는 의미와 내용을 고려해서 공서양속을 따진다. 상표는 노출을 통해 자타상품식별이라는 고유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신사복, 아동복, 내의, 모자 등을 지정상품으로 출원된 부적 상표에 대해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장려하거나 조장하는 행위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하더라도 부적 그 자체를 신앙의 표상물로 삼는 것을 금하는 것은 아니므로,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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