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 상무부, ‘반도체 기업 정보 요구’ 한국 우려에 “강제 아닌 자율”

입력 2021-10-11 13:51수정 2021-10-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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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 부대변인, 본지에 입장 밝혀
"기밀자료, 정부 규정에 의해 보호"
법 동원한 강제 추진 여부 언급 피해
러몬도 상무장관, 지난달 삼성전자 등에 정보 제출 요구

▲제러미 에드워즈 미국 상무부 부대변인. 출처 미국 상무부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내부 정보를 요구한 것을 두고 한국과 대만 등 반도체 생산국 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미 상무부는 ‘기업정보 요구와 관련해 한국 내 불만 목소리가 많다’며 입장을 요구한 본지 질의에 삼성전자 등 기업이 제출하는 모든 정보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법을 동원한 강제성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제러미 에드워즈 상무부 부대변인은 본지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연방 관보 고시를 통해 제출된 기업들의 기밀 정보는 정부 규칙과 규정에 따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산자와 소비자, 중개자 등 공급망 전 부분에 대한 재고와 수요, 배송 역학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려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자료요청서(RFI) 요청 목적은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수량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에드워즈 부대변인은 ‘자발적(Voluntarily)’이라는 문구를 ‘볼드·이탤릭체’로 처리를 해 자신들의 요구가 결코 강제성을 띄지 않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45일 이내에 기업들이 RFI 제출에 응답하고 공급망의 투명성을 개선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에드워즈 부대변인은 ‘기한 내 기업들이 협조하지 않을 시 실제로 법을 동원해 강제할 계획을 추진 중이냐’는 질의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인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들을 소집해 화상회의를 열었다. 반도체 회의는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당시 회의에서 정부는 각 기업에 45일 내(11월 18일 시한)로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를 담은 RFI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상무부가 요구하는 구체적인 사항은 △3년 매출액을 포함한 매출·주문 현황 △평균 및 현재 재고 현황 △제품별 고객 정보와 고객별 예상 매출 비중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과 초과 수요 대처 방법 △ 반도체 장치 유형·생산공정 리드타임 포함한 공정기술과 생산 현황 등이다.

당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특정 기업이 반도체 필요 물량을 2~3배 구매해 비축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공급자들은 정확한 수요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제조사에 기업 정보를 제공할 것을 강제하는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달 23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RFI 제출을 강제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각국 기업과 정부는 반발하고 있다. TSMC는 이미 공개적으로 상무부 요청을 거부했다. 실비아 팡 TSMC 법무 책임자는 지난주 블룸버그통신에 “TSMC는 민감한 정보, 특히 고객 데이터를 절대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대응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대만 국민당의 알렉스 파이 의원은 “미국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미국이 찾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면 TSMC가 앞으로도 세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통상적인 상식으로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에 불리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필요하면 미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최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요청 자료 범위가 방대하고 영업 비밀도 다수 포함돼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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