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뀐 증시…개인은 팔고 외인은 산다

입력 2021-09-26 11:20수정 2021-09-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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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파산 문제와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우려로 불안감이 커졌음에도 외국인들인 코스피 시장에서 1조4000억 원 가까이 순매수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77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13일부터 7일 연속 매수 우위였다. 14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간 작년 11월 5∼24일 이후 10개월 만의 최장기간 순매수다. 이달 남은 거래일이 4일에 불과한 만큼 이 기간 내에 1조3772억원 이상 순매도를 하지 않을 경우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월간 순매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장이 급락한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달은 지난해 7월(1조790억 원)과 11월(4조9938억 원), 올해 4월(3716억 원) 뿐이다.

특히 반도체주를 비롯한 대형주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3812억 원, SK하이닉스는 4179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삼성전자를 6조 원 이상 팔아치웠던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쓸어담으면서 지난달 7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도 ‘8만전자’를 향해 가고 있다. 반도체 업황 우려의 원인이었던 D램 가격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여행업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항공ㆍ여행주도 사들였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이 11월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해외여행 재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을 각각 1005억 원, 398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10월에 있을 3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월 중순 이후 코스피의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73조 원, 영업이익 15조 원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매출액이 사상 최초로 70조 원의 벽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 전문가들은 헝다그룹 리스크가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발 신용 리스크와 연내 가시화된 테이퍼링 개시 우려에도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헝다그룹의 유동성 이슈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시아 주변국으로 확산될 여지가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 본토 시장의 외국인 매매 동향은 상반기 대비 약화된 흐름 속에서도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 주식시장 이탈 조짐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고, 관망세 전환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국 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을 의미할 수 있는 극단적인 중국 시장 회피가 아닌 관망세 전환일 경우 상대적인 측면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반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13일 이후 강한 순매수세를 보이는 동안 개인은 ‘팔자’에 나선 모습이다. 같은 기간 개인은 코스피를 1조1873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7937억 원가량 팔아치우면서 외국인 동향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크래프톤(-2588억 원), 광주신세계(-2298억 원), 대한항공(-2182억 원), SK하이닉스(-1609억 원) 등을 순매도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은 주가가 급등한 주식, 거래량이 급증한 주식을 매수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개인은 상승장에서 수익 기회를 제한하고 하락장에서 손실을 누적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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