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ㆍ수소ㆍ바이오…'롯데 재설계' 속도 내는 신동빈 회장

입력 2021-09-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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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한국 머물며 구조조정ㆍ한샘 인수 등 현안 챙기는 신 회장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창사 후 첫 희망퇴직 실시…체질 개선 위해 칼 뽑아
'조언자' 배상민 카이스트 교수 사장급으로 영입해 '디자인 경영' 중책 맡겨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에서 이 같이 말했다.

신 회장의 변화 언급 이후 3개월, 신 회장의 행보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이른바 '셔틀 경영'을 해오던 신 회장은 지난달부터 한국에 머물며 국내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기업 간 인수합병(M&A), 외부 인재 영입 등 굵직한 현안을 신 회장이 직접 챙기며 '뉴 롯데' 재설계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제공=롯데그룹)

신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롯데쇼핑 주력 사업부인 롯데백화점의 희망퇴직을 결정한 것. 이는 롯데백화점 창립 후 4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쇼핑의 수익성 악화와 인력 적체, 이에 따른 구조조정 목소리에 신 회장이 용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백화점은 23일 희망퇴직 실시를 내부에 알렸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근속 20년 이상 직원이다. 상반기 기준 롯데백화점 정직원 4700여 명 가운데 40%가 20년 근속 직원이다. 희망퇴직 조건은 '임금(기본급+직책수당) 24개월 치와 위로금 3000만 원 지급'이다. 자녀학자금도 최대 3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체질개선 및 인재 순환의 일환"이라며 "채용도 지속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부를 도려내는 '외형 축소'만 추진하는 게 아니다. 롯데그룹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국내 가구ㆍ인테리어 업체 1위 기업인 한샘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특성상 M&A는 최고경영자가 아닌 오너의 의중이 반영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샘 인수의 첨병인 롯데쇼핑은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설립 예정인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에 2995억 원을 출자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게 됐다. 한샘 경영은 IMM PE가 맡지만, 향후 IMM PE가 지분을 매각할 때 롯데쇼핑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경영권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향후 한샘과의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상품 경쟁력 강화 및 차별화된 공간 기획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샘이 스마트홈, 렌탈 사업, 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 분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고 있는 만큼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도 이 PEF에 5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하면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처럼 롯데가 한샘을 품게 되면서 백화점 3사(신세계 까사미아, 현대백화점 리바트)는 급성장하는 리빙 시장에서 대격돌이 예고된다.

▲배상민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사장) (사진제공=롯데지주)

인재 영입에도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하고, 초대 센터장으로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출신의 배상민 사장을 선임했다. 신 회장은 앞서 롯데 임원포럼 강사로 초빙돼 그룹 '조언자' 역할을 했던 배 사장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배 사장은 1971년생으로, 세계적 디자인 명문인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및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는 레드닷(독일), iF(독일), IDEA(미국), 굿 디자인(일본) 등 세계 4대 디자인어워드에서 40회 이상 수상한 국내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로 평가된다.

롯데는 배 사장에게 그룹 전반의 디자인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롯데지주는 "배 사장의 영입은 전략적 자산으로서 디자인 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기 위함"이라며 "디자인경영센터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디자인 혁신은 물론, 창의적인 조직문화 강화 및 기업 전반의 혁신을 가속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외부 전문가 영입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엔 ESG 경영혁신실 산하에 헬스케어팀, 바이오팀을 신설하며 삼성 출신 40대 상무급 임원들을 팀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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