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윳값 인상… 빵ㆍ아이스크림 등 '밀크 인플레이션' 현실화?

입력 2021-09-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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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밀크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업계 1위 서울우유가 결국 우유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후발 주자들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우유를 재료로 하는 빵, 치즈 등도 줄줄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선식품부터 공공요금까지 오르는 가운데 밀크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감소에도 우유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에 '원유가격연동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원유가격 인상으로 인해 우유 제품의 가격을 내달 1일부터 인상한다고 밝혔다.

원유 가격은 지난해 21원이 인상이 예정됐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1년 유예됐다. 인상분 21원은 올해 8월 1일부로 반영됐다. 서울우유의 흰 우유 1ℓ 기준 제품 가격이 5.4% 인상되면서 대형마트 기준 2500원 중반이었던 우유 가격이 2700원 전후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에 시행되는 것으로 그동안 누적된 부자재 가격, 물류비용 및 고품질의 우유 공급을 위한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단행하게 됐다는 게 서울우유 측의 설명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지난 8월부터 인상된 원유가격으로 경영 압박이 커졌다”라며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했다. 우유 업체 1위 서울우유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의 업체도 뒤따라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매일유업 관계자는 "인상요인이 분명히 있기는 하나, 아직 구체적인 인상 폭이나 시기 등은 검토 중이다"라고 가격 인상에 대해 선을 그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우유 및 유제품 진열대 모습. (연합뉴스)

우유 판매가 인상은 예고된 현상이었다. 앞서 낙농업계가 지난달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하면서다. 특히 올해는 인상 폭이 큰 수준이어서 유제품 가격의 폭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2018년 원유가격이 ℓ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0.4%) 올랐을 당시 기업들은 유제품 가격을 4% 올렸다. 올해는 인상 폭이 2018년의 5배 수준이다.

아이스크림, 빵, 치즈, 생크림 등 우유를 원료로 쓰는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밀크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생크림, 라떼나 디저트류를 만들 때 들어가는 바리스타용 우유 도매가도 오를 것 같다"라면서 "특히 연마다 가을 초에는 생크림 등 재료를 구하기도 힘든데 가격까지 오른다니 막막하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원유가격연동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이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을 만큼 국내 우유 소비량은 지속해서 줄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윳값은 오르는 기현상 탓이다. 원유가격연동제란 매년 원유 생산비를 고려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수요, 공급 등 시장 원리가 작동하질 않아 2013년 도입된 이후 개선에 대한 논의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정부는 원유가격연동제를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달 말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박범수 축산정책국장은 “낙농가의 소득안정을 도모하되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가격 결정과 거래체계를 도입하고, 수요에 부합하는 생산구조로 전환하는 동시에 낙농가 생산비 절감 대책을 마련,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정부재정 지원 등을 개편하는 것”이라면서 제도개선의 기본 방향을 설명한 바 있다.

한 전문가는 "한국의 원유가격연동제는 앞으로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다"라면서 "무엇보다 우유 가격이 너무 높은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발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수입산 멸균우유 등 선택지도 다양해지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원유가격연동제는 수정돼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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