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운명의 일주일] 사지 내몰린 중소형 거래소 ‘법꾸라지’ 변신 우려

입력 2021-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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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서 실명계좌 발급 불가능
원화마켓 중단, 코인마켓만 운영
4대 거래소 거쳐 자금 출금 우회
출처 불문 코인 등 시장 리스크↑
“규제 회피 부작용 커질 가능성
제도권 포용정책으로 관리해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사업자 신고 기한이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중소형 거래소들을 관리하지 않을 시 부작용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상자산 거래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요건이 되지 않는 거래소는 영업을 금지하는 차원에서 이들을 제도권으로 유입하고 있지만, 제도권의 벽이 높다보니 오히려 규제를 회피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플라이빗, 코어닥스, 빗크몬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을 받지 못하며 원화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은행 실명계좌 등을 확보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이중 당장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들은 원화마켓을 속속 중단 중이다. 원화 거래를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ISMS 인증 요건만 갖추고도 사업자 신고를 할 수 있어서다. 차선책으로 원화마켓을 닫고 코인마켓만 운영, 신고 채비에 나서는 중이다.

중소형 거래소는 ‘밥줄’인 원화거래 대신 코인간 거래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생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중소형 거래소는 실명계좌가 없는 만큼 집금계좌와 사업계좌(영업계좌)와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이 거래소에 영업계좌를 닫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불거지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계좌를 닫으면 직원 급여도 줄 수 없고 사업 영위가 불가능하다”며 “주거래은행에서 계좌 지원 종료를 한다는 게, 결국 정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사업자들은 금융정보분석원(FIU)와 만나 해당 내용에 대해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만 정책 초점을 맞추며 중소 거래소들이 정리 수순을 밟는 데 대해 오히려 가상자산업의 ‘빈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소형 거래소의 목줄을 죌수록 제도권에 들어온 가상자산 거래소의 위험성을 높이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중소형 거래소들이 원화거래를 중단하면 이들의 집금계좌는 출금 유예기간을 두고 원화 출금을 중지하는데 이런 경우 중소형 거래소의 고객은 4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코인을 옮겨 출금을 해야 한다”며 “4대 거래소로선 이 과정에서 리스크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4대 거래소는 시중은행들이 실명 확인과 자금세탁 방지를 다 검증한 계좌에서 돈이 들어오는 건데 갑자기 중소형 거래소에서 출처를 모를 코인을 통해 자금이 들어오면 갑자기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중소형 거래소의 원화거래를 막는 대신 거래소간 거래를 막는 편이 위험성을 줄이는데 차라리 도움이 되지만 현재는 반대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금융당국은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금융당국이 중소형 거래소를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가상자산 사업은 새로운 기술 형태의 사업모델이 계속 나오는 곳이라 규제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미인가 거래소와의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에 대해 자료를 모으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화된 거래소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쉬워보이지만, 다른 거래소의 경우 규제를 회피해 유니스왑 등의 형태로 바꿔서 가상자산 투자를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계속 만들어 나가며 규제 영역에서 더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가상자산의 수요가 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대두될 것”이라며 “기존 금융위 정책처럼 거래소별 구획을 하기보다 이들을 포섭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중소형 거래소가 코인마켓만 운영하는 경우 자금세탁 등 산업의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FIU 관계자는 “코인마켓만 운영하는 거래소가, 원화마켓과 코인마켓을 모두 갖고 있는 거래소보다 위험성이 더 높다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어 제도권 밖 거래소를 통해 자금세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상식적인 지적”이라며 “(해당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본 바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중소형 거래소의 원화거래 중단에 거래소 이용자의 피해 또한 커질 전망이다. 중소형 거래소가 문을 닫게 되면 김치코인 투자자의 피해 규모가 약 3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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