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돌다리도 두들겨라

입력 2021-09-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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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를 이해하는 방법과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 그리고 그 결과를 가늠하는 방법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은 리스크 감수(risk-taking)를 현대 서구사회를 이끌어가는 기폭제로 바꿨다. 그들의 업적에 힘입어 리스크 관리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승부와 도박욕을 경제성장으로 연결했고, 나아가 삶의 질을 개선하고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투자 전문가인 피터 L.번스타인이 그의 책 ‘리스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위험감수야말로 현대 서구사회를 이끌어가는 기폭제”라고 강조한다.

맞다.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그러나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은 ‘리스크’ 속 얘기처럼 보다 나은 미래를 연다.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많은 돈을 벌려면 높은 리스크가 뒤따른다. 리스크는 투자의 본질이다. 주식시장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대표주자다. 단 하루 만에 상한가로 30%의 수익을 낼 수도, 하한가로 30% 손실을 볼 수 있다. 파생상품 시장은 또 어떤가. 수익이 있으면 다른 쪽에서는 반드시 같은 금액의 손실이 있는 ‘제로썸’ 시장이다.

그런데도 왜 주변에서 늘 한숨 소리가 더 클까.

많은 사람이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실패하더라도 나만은 대박을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귀동냥으로 투자를 해 소소한 수익을 낸 것이 그들에게는 독이다. 여기에다 리딩방 같은 유사자문업체를 기웃하다가 자신이 전문가가 된 듯 생각한다. 착각이다

흔히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본질은 탐욕이다.

타짜라 불리는 도박사들의 승부를 그린 영화 ‘타짜3 원 아이드 잭’. 여기서 묘사된 타짜들은 승부에 앞서 상대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상대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승부욕을 자극해 자신들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뒤 현란한 기술로 상대의 돈을 취한다.

도박판이라는 카지노가 이런데 기관투자가, 외국인 투자자, 작전세력들이 판치는 전쟁판(주식시장)에 무턱대고 뛰어들어 돈을 버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묻지마 투자를 대표하는 추세추종자들은 나름 항변한다. 수업료 개념의 ‘매몰비용’이 필요하다 것. 전설적인 수익률을 올려 현대 추세추종매매를 대표하는 에드 세이코타는 다음 같은 말을 했다. “돈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면 돈을 벌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숨을 들이마신 후 내쉬려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큰 파도가 일어야만 파도타기를 할 수 있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파도타기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물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추세추종 철학에서는 실패를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원시적 방식이 현재도 유효한 것은 미래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서핑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큰 파도에서 초보자들은 제 몸 가누기조차 힘들다. 모래밭에서부터 차근차근 기초를 익힌후 작은 파도부터 타야 한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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