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규의 모두를 위한 경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위한 변명

입력 2021-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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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오야마학원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도(이하 임대사업자 제도)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전세, 월세 등 임대료 상승을 2년에 5% 이하로 제한하고, 대신 임대주택 공급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한마디로 전월세 시장의 민간 공급을 유도하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지만, 부동산 광풍을 일으킨 주범으로 인식되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대사업자 제도를 부분적으로 유지하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이 제도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임대사업자 제도하에서 ‘영끌바잉’을 주도했던 세대는 20~30대 청년층이다. 대다수의 2030 청년들은 소득이 크지 않은 지금은 작은 집에 거주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이 성장해 감에 따라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자 한다. 특히 과거의 청년층은 청약 가점이라든가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을 감안하여 전월세를 살면서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30평대의 내 집 마련을 준비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 제도는 현재의 2030 청년들에게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은 주택이라도 전세를 끼고 사 놓으라 부추겼다. 이는 풍부했던 시장 유동성과 맞물려 집값을 상승시켰고,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에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패닉바잉’까지 연출했다.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2030 청년들을 자포자기 상태로 몰아갔다.

애당초 2030 청년들이 현재 거주하고 있을지언정 보유하고 싶지는 않은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에만 취득세·보유세 혜택을 주고, 전월세 가격을 묶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일단 해당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이나 서민들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비슷한 다른 주택에도 안정적인 전월세 가격에 신규 계약을 할 수 있다. 그들은 현재의 주거에 대한 걱정 없이 무주택 상태에서 청약 가점을 쌓고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의 세금을 절약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또한 지금 당장이 아니라 향후 아이들이 성장하여 30평대 집이 필요한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면 굳이 지금 선취매에 나설 이유가 없다.

공급 측면에서도 임대사업자 제도는 쓰임새가 많다. 2030 청년들은 교통이 잘 발달한 도심이나 역세권에서 살고자 한다. 해당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을 할 경우, 소형 임대주택을 일정비율 이상 의무로 짓도록 하여 이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가져가서 운영한다. 이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에 큰 부담이 되고, 도심의 재건축·재개발을 더디게 만든다. LH에 임대주택 운영을 맡기지 말고,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에게 분양하도록 하자. 취득세·보유세를 감면해 주는 대신 10년간 임대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기간 내 매도를 원할 경우 LH에만 팔 수 있도록 하자. 재건축 조합은 임대주택 물량도 분양할 수 있어 재건축 비용을 덜 수 있다. 재건축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높일 여지도 생긴다. 주택의 질적 측면에서도 경쟁을 통해 관리되는 민간 임대주택이 공공이 관리하는 임대주택보다 우월하다. 결국 임대사업자 제도를 잘 활용하면, 도심이나 역세권의 더 좋은 임대주택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다.

2030 청년들이 단기 거주하는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은 민간 임대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연령대가 좀 더 높고 가족구성원의 수가 많은 서민들을 위한 60㎡ 초과 주택의 분양 공급에 집중하자. 시장원리가 잘 작동할 수 있는 부분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시장이 잘 할 수 없는 부분에 집중하여야 한다.

올해 4월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 선거 이후 2030 청년층의 분노에 놀란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공공을 통한 청년주택 공급을 외치고 있다. 특히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반반아파트, 누구나집 등등 다양하게 소유권에 제한을 가하는 청년주택을 싼값에 분양하겠다고 한다. 그런 주택을 분양받으면 청약 가점이나 생애 첫 주택 혜택도 없어지고, 각종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향후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기 어렵다. 자신이 당선되면 공공을 앞세워 세금으로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민간 부문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뒷받침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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