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24일까지 요건을 채워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주요 요건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 계좌 확보다. 금융위가 파악한 가상자산 거래소 63개 중 ISMS 인증 요건 하나만 달성한 거래소는 21개 사, ISMS와 은행 실명 계좌 요건을 모두 달성한 거래소는 4개 사다.
ISMS 인증만 획득한 거래소는 가상자산의 거래만 중개할 수 있는 코인 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원화, 달러 등과 가상자산을 중개하는 원화 마켓은 ISMS에 은행 실명 계좌 인증까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ISMS 인증만 획득하면 다른 거래소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빅4 거래소를 제외한 59개 가상자산 거래소가 문을 닫을 수 있다. 거래소는 사업자신고를 위해 은행과 협약을 맺고 실명 계좌를 확보해야 하는데, 은행이 거래소와의 협약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이 우려하는 점은 협약을 맺은 거래소에서 자금 세탁과 같은 불법 거래가 일어났을 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협약을 맺은 거래소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은행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안을 담은 비조치 의견서가 논의되기도 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자금 세탁이나 이런 부분의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는 것”이라며 “(실명 계좌를 내줄지 말지) 판단은 은행이 하는 것이지 금융 당국이 할 순 없는 일이고 그 정도도 할 수 없으면 은행 업무를 안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행의 면책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 교수는 앞서 9일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 피해 진단과 투자자 보호 대안’ 포럼에서 4대 거래소 외 중소형 거래소가 모두 문을 닫을 경우 투자자 피해액이 3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김 교수는 “코인 마켓캡(가상자산 시황 사이트)에 오른 김치 코인은 159개 중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 상장된 건 99개”라며 “나머지는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고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액은 3조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상자산 관련 사기 및 유사수신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해 지난 4월부터 이달 말까지 특별 단속을 하고 있다. 7월 말 기준 금융위가 3503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사업자의 집금 계좌를 전수조사한 결과 11개 사업자가 운영 중인 14개 위장 계좌를 발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상자산 관련 피싱 사이트 112건을 차단했으며, 경찰은 가상자산 관련 사기, 유사수신 사건을 수사해 520명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