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해빙'론... 전문가들 '아직 아냐'

입력 2009-01-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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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일각에서 '바닥론'까지 들리며 해빙 분위기가 솔솔 새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재활'조짐은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와 서울시의 초고층 개발계획 발표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6월 이후 지방미분양 대책을 비롯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섰던 정부는 11.3대책에서 재건축 규제를 지난 2003년 9.5대책 이전으로 돌려놨다. 이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와 시공사 선정시기, 임대주택 의무공급 등 주요 재건축 규제는 '원상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이 같은 정부발 부동산 활성화대책은 강남을 중심으로 서서히 '약발'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11.3 대책 이후 두 달 여 동안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 시가 총액은 2조원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3.3㎡당 3000만원을 재 돌파하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폭락세가 나타나던 강남지역 일반 아파트의 가격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개포동의 경우 1월 들어 3.3㎡당 4000만원을 회복한데 이어 설 연휴 직전에는 3.3㎡당 4100만원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기대심리가 없는 강남구 압구정동과 도곡동의 경우 12월 들어 폭락세가 멎었으며, 다만 대치동은 아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참담한 실패를 거듭했던 분양시장에서도 '낭보'가 나왔다. 최근 대우건설과 서해종합건설이 판교신도시에 공급한 '푸르지오 그랑블'은 최소 평형인 121.33㎡형이 62가구 모집에 1560명이 몰려 5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전 주택형 평균 27.9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선풍을 끌었다.

'푸르지오 그랑블'의 분양 성공에 대해 다수 전문가들은 판교신도시라는 입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판교 '푸르지오 그랑블'이 불황기에 인기가 없는 중대형평형 위주 단지란 점을 감안하면 이 단지의 청약 성공은 특기할 만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한편에서 보면 '부동산 바닥론'이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해빙에 대한 속단은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우선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실물경기가 여전히 냉각돼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란 점을 가장 큰 불안요소로 꼽고 있다. 공기업 등 일부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됐지만 산업계의 구조조정은 아직 시작도 안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에 따라 설연휴 이후인 2월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실물경기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경제 연구소 관계자는 "IMF 시대 당시 98년 초반부터 부동산 규제 완화대책이 쏟아졌지만 이 것이 시장에 실효를 보인 것은 99년 중반부터였다"며 "실물 경기가 위축돼 있으면 일부 부자 수요들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가격이 오를 수는 있어도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택시장에 만연한 공급 과잉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도 불안요소로 지적된다. 판교 푸르지오 그랑블의 경우 오랜 만에 청약 과열 현상을 빚었지만 19만 가구로 추정되는 전국 미분양은 분양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팀장은 "미분양 아파트들 대부분이 10% 이상 분양가 할인에 들어간 상태"라며 "이 경우 신규 분양물량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어 특별히 입지가 뛰어난 곳의 분양물량을 제외한다면 당분간 제2의 판교 푸르지오 그랑블 신화는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규제가 완화된 강남권 재건축과 강북 인기지역 재개발지구 등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거래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훈식 팀장은 "시장 불안 요소가 여전한 만큼 실물경기 향배에 덜 민감한 수요층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 매물이 거래되는 선에서 머물 것"이라며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오지 않아 부동산 해빙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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