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들 ‘트래블룰 대응’ 합작사 세웠지만 주도권 놓고 신경전

입력 2021-09-0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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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이석우 두나무 대표, 허백영 빗썸코리아 대표,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장, 오세진 코빗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전중훤 한국블록체인협회 글로벌협력위원장이 6월 29일 트래블룰 합작법인 MOU를 맺는 모습. 이후 7월 27일 두나무는 합작법인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 발표했다.

거래소 3사 송수신자 정보 공유 ‘솔루션’ 뭘로 할지 이견
‘코인원 시스템 vs 신규개발’ 논의…특금법 신고 20여일 앞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트래블룰’ 공동 대응을 위한 합작법인 CODE를 출범했으나, 주요 사항들의 합의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신고 기한을 20여 일 앞둔 가운데, 실명계좌 발급 권한을 가진 시중은행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거래소들이 성급하게 나섰다는 분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빗썸·코인원·코빗은 전날 합작사 ‘CODE(Connect Digital Exchange)’를 출범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관련 기술 개발을 주도해터라, 초대 합작사 대표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CODE 관계자는 “합작법인에서 각 거래소의 롤(Role)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발 쪽은 코인원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 CODE 측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트래블룰 시스템 개발은 코인원이, 사업확장 및 재무는 빗썸과 코빗이 맡겠다 발표했다.

다만 어떤 솔루션을 채택할지에 대한 물밑 신경전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ODE에 참여한 모든 거래소 관계자는 솔루션 채택에 대한 질의에 “방향성에 대해 정확하게 공유받은 것은 아직 없다”라고 답했다. 코인원에서 활용하던 솔루션을 그대로 적용할지, 각 사에서 개발자들을 CODE에 파견해 공동 솔루션을 개발할지 아직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트래블룰 공동대응 중 가장 어려운 문제로 솔루션 채택을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솔루션 표준이 정해지면) 지금까지 개발을 해오던 솔루션이나 사용하던 솔루션을 모두 접고 채택된 솔루션에 붙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며 “어느 거래소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신경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업비트가 4대 거래소의 트래블룰 공동대응 합작법인에서 돌연 빠진 이유로 표준 솔루션을 둘러싼 이견 차가 주요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7월 27일 업비트는 4대 거래소와 합작법인 설립에 관한 MOU를 맺은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탈퇴 의사를 밝혔다. 두나무의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이 개발한 시스템으로 자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활용하던 쿨비트엑스의 트래블룰 솔루션과 업비트가 도입을 주장하던 솔루션 간 주도권 싸움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또한 “코스콤 측에서도 트래블룰 솔루션 개발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코스콤이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 만큼, 나라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인해줬다는 뉘앙스를 주지 말라 해 멈춘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업비트의 합작법인 탈퇴와 표준 솔루션 합의가 부재한 상황. 업계에서는 빗썸·코인원·코빗이 CODE 출범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특금법 신고 기한을 꼽았다. 트래블룰 발효는 내년 3월으로 반년이 넘게 남았지만, 시중은행이 신고 기한(9월 24일)까지 트래블룰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거래소 측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CODE 관계자는 “빠르면 올 연말, 늦으면 내년 3월까지는 솔루션이나 시스템에 대한 정리를 마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합작법인 설립에서 빠진 업비트는 9월 셋째주에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공개할 예정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솔루션을 채택하는) 회원사 모집을 위해 공개 이후 PR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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