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예진을 하면서 특별히 아픈 데가 없냐고 물으니 괜찮다면서 “원장님, 애가 요즘 부쩍 피곤해하고 종아리가 당기고, 발목이 아프다고 하네요”라고 한다. “그래요? 언제부터 그랬어요?” “최근 들어서 그런 거 같아요.” “희원아, 한쪽이 그러니? 양쪽이 그러니?” “양쪽 다요.” “그럼 아플 때 절뚝거리게 되니?”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밤에 잘 때는 어때?” “밤에는 괜찮은 거 같아요.”
종아리와 발목을 꾹꾹 누르며 “이러면 어때? 아프니?” “안 아파요.” “어머니, 이상 없어요. 괜찮습니다.” “그럼 왜 그럴까요? 젊은 애가.” “아무래도 체중이 많이 늘어 보이는데….” 애는 “…” 엄마가 “맞아요. 최근에 많이 늘었어요.” “다리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라 체중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한 번 재볼까요?” “안 돼요. 어떻게 아가씨에게 체중을 재라고 하세요?” “아가씨 이 전에 나한테는 환자거든.” “못해요.”
한참 동안 옥신각신을 하다가 겨우 체중을 쟀다. 나, 엄마, 희원이 다 같이. “어때요? 체중계가 말하고 있죠? 저는 완전 표준, 희원이랑 엄마는 비만.” “먹는 것도 없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네요.” “미리 말하는데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라 우기기 없기입니다.”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엄마, 세상에 그런 체질은 없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먹고 필요 이하로 움직여서 그런 겁니다. 다른 이유는 없어요.”
두 사람은 웃기만 한다. “희원이는 표준 체중에 비해 15㎏, 그러니까 쌀 한 포대 반, 엄마는 쌀 두 포대를 지고 있는 셈이거든요. 마트에서 쌀을 그만큼 사서 집에 들고 갈 수 있어요? 못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하루 종일 그러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힘들지요.” 사실 이런 말도 단골이니 하지 자칫 기분이 나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